사계절 중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아마도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가을일 것 같다. 가을은 농부에게는 한여름 무더위와 힘든 농사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풍성한 수확과 선선한 날씨로 큰 위안이 되고, 도시인들도 단풍으로 물든 산야를 보면서 팍팍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이 모두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한결 생활하기가 수월한데 40대 중·후반 여성 중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일을 해야 하는 직장 여성들은 더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최근 한 4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외래를 방문했다. 환자는 "평소 활달한 성격의 직장인으로 매사에 적극적인 편인데 최근에는 왠지 외롭고 쓸쓸하며 혼자 있고 싶고 잔소리만 많아지면서 일에 집중도 안 되고 삶의 의욕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평소 규칙적인 월경도 불규칙해지고 주기도 짧아졌다고 했다. 전형적인 '폐경이행기' 증상이었다. 폐경이행기란 폐경이 되기 이전 4-5년 기간을 말하는데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불규칙한 월경 주기와 안면홍조 같은 혈관 운동 증상 등이다.
서양에서는 폐경이행기를 정점이라는 뜻의 '클라이맥터리엄'(climacterium)이라고 부른다. 인생의 전환기인 셈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폐경이행기는 여성이 가임기로부터 비가임기로 이행되는, 즉 생식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일시적인 기간을 뜻한다. 폐경은 월경이 완전히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앞에 언급한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한 후 몇 달간 호르몬 요법과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처방했다. 현재 환자는 증상이 많이 호전돼 예전 성격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세 정도이고 평균 폐경나이는 50세 전후이다. 폐경 4-5년 전부터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는 '폐경이행기'가 온다. 이 시기에 철저한 건강 준비를 해야 한다. 여성은 일생의 약 30년 이상을 폐경 후 상태로 살아가는데, 폐경 전과 후의 건강 상태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시기 동안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 수면장애 같은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폐경이 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은 혈관 보호 작용을 하고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데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폐경이행기가 되면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
또한 이 시기는 골소실이 급격하게 발생하여 나중에 뼈의 강도가 약해져서 약한 충격에도 골절이 생기는 골다공증까지 진행될 수 있다. 노년기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은 건강한 생활에 치명적인 질병이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리 기본적인 식생활 개선과 유산소 운동을 포함한 생활개선과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현대 중년여성들은 이 시기를 출산과 육아에서 벗어나 진정한 본인의 삶을 즐기는 시기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거나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친 상태인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년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폐경 직전 4, 5년의 건강관리가 중년 이후의 삶을 바꾼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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