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품은 쌓여만 가는데 팔리지는 않네요. 이젠 둘 곳도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 때문에 중고가전, 가구 등을 매매하는 대형 중고매장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폐업이 증가하면서 업소용 가전이나 가구 등의 매입은 느는 반면, 신규 개업은 줄어 물건만 빼곡히 쌓여가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 율하동에서 중고가전매장을 운영하는 배모(56) 씨는 "코로나19 이후 PC방, 식당 등 문 닫는 업소가 많아져 이미 가게 창고가 가득 차버린 상태라 더는 매입을 못 하고 있다"며 "지난해 대비 매출이 70~80%가량 감소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격을 낮춰 팔아도 안 팔리긴 마찬가지다. 북구 칠성시장의 한 중고매장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15만 원에 팔리던 중고 세탁기를 요즘은 12만 원에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중고가전은 연식이 오래될수록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앞날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고 했다.
실제로 대한외식업중앙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외식업 폐업 건수는 2천106건, 창업 건수는 2천381건으로, 지난해 대비 폐업은 약 10%(198건) 늘고 창업은 약 30%(1천56건) 줄었다. 중고 물품을 팔려는 사람들은 늘고 사려는 사람은 줄어든 셈이다.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폐업하는 업주들은 눈물을 머금고 '땡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운영하던 식당을 최근 정리했다는 장모(49) 씨는 "폐업 비용에 보태려고 업소용 가전을 중고로 팔려고 알아봤으나 아무도 가져가려하지 않았다"며 "고물상에 에어컨, 싱크대 등을 고철값만 받고 팔았다"고 했다.
반면 온라인을 통한 개인 간의 소형 제품 중고거래는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성인남녀 1천158명을 대상으로 '중고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69.3%가 중고거래 경험이 있으며 이 중 대다수인 93.3%가 중고거래 앱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가장 빈번하게 거래된 품목은 '의류/신발(46.0%)', '도서/음반/문구(22.8%)'와 '모바일/태블릿(18.1%)' 등의 순으로, 대형가전이나 가구를 취급하는 중고매장과 달리 거래가 편한 물건이 주를 이뤘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 실장은 "외환위기(IMF) 등 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전반적으로 중고거래가 활발해졌지만 설비, 가전, 가구 등 대형 품목은 공급과잉 형태를 유지했다"며 "앞으로도 중고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비대면 중고거래가 장기적 추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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