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진중권 지음/천년의상상 펴냄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마다 언론의 기사화로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는 전 동양대 교수이자 이 시대의 논객 진중권 씨가 정의의 사도를 자임했던 촛불 정권의 타락과 위선을 심도 있게 비판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그는 애초 촛불 정권이라는 긍정적 환상을 권력이 유지하기를 바랐고, 거기에 협조하려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후안무치가 도를 넘었다고 결론내리고 싸움을 시작했다. 특히 조국 사태부터 현재까지의 마음을 지은이는 특유의 날카로운 문체와 다르게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지은이의 비판에서 그가 언어로 추는 칼춤은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다이아몬드를 훔쳐 달아나다 열린 맨홀에 빠지는 바람에 감옥에 가서는 맨홀 탓만 하는 도둑을 조국 전 장관 부부에 빗대는 풍자나, 전 청와대 대변인과 여당 대표의 가상 대화를 신파극으로 각색하는 해학은 일품이다.

본문 중에서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원용해 문재인 정권의 위기관리 전략의 특성을 분석한 글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보드리야르는 저지전략의 실례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제시한다. 이 사건은 원래 미국식 민주주의 추악함을 폭로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에게 이 사건은 거꾸로 미국식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예로 기억된다.…권력이 이 사건을 철저히 '개인의 스캔들'로 다루었기 때문이다.…그들은 부패한 자들을 도려내는 대신 외려 끌어안고, 아예 그들에게 맞추어 세계를 새로 날조하려 한다. 거기에 늘 노골적 선동과 대중이 자발적 동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 정권의 전략은 다분히 전체주의적이다. 민망한 일이다.'(본문 32~33쪽)

지은이는 또 "민주당 사람들은 자신들이 박정희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북한의 위협이든, 코로나19의 위협이든 공포심을 이용해 국민의 합법적 권리를 제한하기는 마찬가지다"라면서 "유신정권의 긴급조치가 경성이라면 현 정권의 코로나 긴급조치는 연성 독재라 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어쨌든 이른바 '문빠' 독자가 아니라면 책을 읽는 가운데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은 청량감이 있다. 29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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