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지난 24일 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임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이 곧 가시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일신문은 윤 총장에 대한 법원의 인용결정이 내려진 이튿날인 25일부터 이틀 동안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정국현안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지역 의원 대다수가 이번 법원의 결정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92.3%)했다.
◆윤 총장 정계진출 부정적,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NO
특히 지역 의원들은 윤 총장의 정계진출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제1야당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되기도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윤 총장의 퇴임 후 정계진출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23.7%에 불과했다. 또 윤 총장이 응답의원 전원의 소속정당인 국민의힘 차기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7.7%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윤 총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중앙당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총장의 행보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곁불을 쬐려 하거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호응이 지나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서서히 국민들 사이에서 잊힐 텐데 제1야당도 같은 길을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더욱이 검찰의 칼이 야당을 향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상황이라 더욱 묻지마식 윤 총장 추종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역 의원들은 윤 총장이 정치를 시작하더라도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차기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우선 지난 4·15 총선 참패 이후 가까스로 전열을 정비한 당에 평지풍파(平地風波)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지지율 고공행진 인사가 당에 합류할 경우 기성 정치인들의 줄 서기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 당내 대선 주자의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제1야당이 차기 대선 후보조차 자력으로 배출하지 못해 외부인사를 수혈할 경우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과 당원의 질책이 쏟아질 수 있다. 수권정당으로서 최소한의 면모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의 정통성을 둘러싼 공방도 피할 수 없다.
다른 지역 의원은 "윤 총장이 지금 '서초동'(대검찰청)에서 엄청나게 반짝이지만 '여의도'(정치권)에선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 위험부담을 국민의힘이 떠안을 이유는 없다"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경험한 당직자와 당원들이 검찰 출신 인사의 리더십에 고개를 흔드는 상황도 윤 총장에 대한 거부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3지대에 둥지 틀고 보수진영 파고들면 승산?
다만 반(反) 문재인 진영에서 윤 총장의 인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향후 윤 총장이 국민의힘이 아닌 제3의 공간에 '둥지'를 틀고 보수야권 통합후보에 도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윤 총장은 차기 대통령선거 도전할까?'를 묻는 질문에는 44.61%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윤 총장이 차기 대통령선거 보수야권 통합후보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47.69%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방식은 국민의힘 입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자체적으로 세력을 형성한 후 보수진영을 규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야 윤 총장도 '전직 대통령 탄핵 여파'와 '수구정당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는 정치 행보가 가능하다.
윤 총장이 제3지대에서 보수진영을 잠식해 나갈 경우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은 지금도 당의 혁신과 중도성향 유권자 설득을 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이 제3지대에 둥지를 트는 방식으로 정계에 발을 들이고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경우 윤 총장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보수정당이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 이력'과 관련해선 대권도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렸다.
지역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가 윤 총장의 차기 대권행보에 걸림돌이 될까?'를 묻는 질문에 절반가량(50.76%)만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강성 보수세력은 반(反) 문재인 연대로 묶고 그동안 보수진영의 숙제였던 중도층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칼잡이' 이미지로 공략하면서 대선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의원들도 이 전략에 적지 않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지역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총장 찍어내기에 실패한 문재인 대통령이 곧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현상(레임덕)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사안(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을 현직 대통령이 고집대로 밀어붙이다 법원에 제지당하는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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