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흰 눈이 내리는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대신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연말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주말 연휴를 하루 종일 티브이에 몽땅 넘겨주기엔 아쉬웠던 차에 야외에서 진행하는 전시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다. 정해진 시간과 제한된 인원의 한정된 행사지만 그래도 이 시국에 가능하다는 점에 안도했다.
안도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전시 예매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띠링' 문자가 왔다. 처음 받아보는 내용이었다. 격상된 코로나 대응으로 전시가 잠정 중단되었다고 했다. 다시 한 번 현 시점의 엄중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다른 때라면 대안을 찾을 수 있기에 조금 아쉽지만 괜찮다고 위안했을 텐데 다른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더 안타까웠다. 결국 돌고 돌아 소파와 티브이로 돌아가야 했다.
분명히 지금의 연말의 분위기는 이전의 이맘때와는 다른 풍경이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세계의 모습에서부터 내면의 심리적인 면까지 모두 완전히 다르다.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도 없고 화려한 불빛에 흥청거리는 사람도 없다. 당연한 연말의 모임도 지금은 꺼려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해넘이의 상징처럼 행해졌던 보신각의 타종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연말의 아쉬움과 신년을 맞는 설렘이 사라진, 희망이 부재하고 공포가 만연한 한 해의 끝이다. 지나고 나면 이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라는 흔한 망각의 축복에 대한 기대도 지금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역사를 기억하는 소재들이 충분하고 정교해졌다. 사진과 영상이 당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때로는 미처 당시에 못 보았던 종합적인 면까지도 재구성한다. 지금도 10년 전, 20년 전의 추억들이 생생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전 시대보다 훨씬 많은 영상이나 사진자료들의 존재가 큰 몫을 한다. 지금의 상황은 더 많은 데이터로 저장장소에 남아서 반복되고 추억되고 자료로 남을 것이다.
이제는 개인, 각자의 정리의 시간이다. 실재한 현실에 대한 기록과 별개로 개개인의 기억에는 비참한 현실의 고통만 담을 게 아니라 작지만 희망의 씨앗을 남겨두기를 바란다.
코로나19로 힘들고 고단했다. 그래도 우리는 평범한 하루 끝에 지인들과 차를 마시며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가 있는 일상으로 복귀를 희망한다. 부재하고 나니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일상의 평범함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낀다.
수고했고 고맙고 힘내라고, 고단한 한 해를 보낸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꼭 말해주기 바란다. 잘 가라 2020년, 어서 와라 2021년. 더디지만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두 팔 벌려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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