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거짓말쟁이 대법원장’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김 후보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개인적으로 언제 알았느냐는 질의에 "2007년 하반기 이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2006년 한 출판기념회 단체사진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게 공개됐다. 민주당 대변인은 "거듭된 거짓말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연히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대선 주자로 꼽히던 김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다.

김 후보자의 거짓말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김 대법원장은 거짓말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대화에서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했다. 대화를 녹음하지 않았다면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파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9개월 전의 일로 기억이 불분명해 일어난 일이라는 김 대법원장 해명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판사 탄핵을 거론한 대화 내용을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런 거짓말을 대법원 명의 답변서에 담아 국회에 보냈다. 국회에 위증을 한 셈이다.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열 번은 사퇴하고도 남을 중대한 흠결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비난받은 가장 큰 까닭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법관 탄핵 거래' 의혹에다 거짓말로 나라가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김 대법원장은 사퇴는커녕 부끄러워하는 기색조차 없다. 이런 대법원장을 정권은 비호하느라 혈안이고, 대화를 녹음한 임 부장판사를 공격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겠다"고 했다. 온갖 트집을 잡아 전·전전 정권을 난도질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은 어물쩍 넘어가는 게 문재인 정권의 고질병이다. MB 정권에서는 일면식도 없다는 거짓말 때문에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반면에 문 정권에서는 더 나쁜 거짓말을 한 대법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짓말에 대한 기준·도덕성·처벌에서 문 정권이 MB 정권에 낯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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