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다시 선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 열린 집중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각각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과 강남구 코엑스 동문광장에 열린 집중 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제21대 4·15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때다.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 탓에 한 상인의 말대로 경기는 '거지 같았다'. 경제성장률과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이때 중국발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덮쳤다. 소상공인이건 자영업자건 너나없이 죽겠다는 아우성이 나왔다.

정권 심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주야장천 검찰 개혁만 외쳐온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이에 맞서 내놓을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확 퍼진 코로나가 기회를 줬다. 문 정권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정권 안정을 내세웠다. 이는 돈 풀기의 더없는 이유가 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서둘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했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대상을 국민의 50%로 하자고 제동을 걸었다가 "이런 답답한 경우를 봤나"라는 핀잔만 들었다. 대상은 전 국민의 70%인 약 1천400만 가구, 가구당 최고 100만 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하지만 선거는 다가오고 돈 풀기는 지지부진했다. 문 대통령이 나섰다.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통보해 신청부터 받으라"고 했다. 선거가 임박했는데 돈을 주지 못했으니 돈을 주겠다는 메시지부터 국민에게 전한 것이다.

이인영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떴다.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100%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언급했다. 돈 받고 싶으면 여당을 찍으라는 소리에 다름 아니었다. 선거 결과는 기대에 부응했다. 180석 대 103석,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여당 단독 입법이 가능한 의석을 넘었다. 여당은 압승 후 14조 원짜리 추경안을 통과시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은했다.

그날 선거에서 나랏돈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선거에서 나랏돈이 '더 넓게, 더 두텁게' 준비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코로나가 진정되는 시점에서 '전 국민 위로금'을 거론했다. 4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20조7천억 원으로 늘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돈을 주는 것은 속전속결이다. 오늘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최고 500만 원씩 지원된다.

내 주머니에 돈 들어온다고 나라를 생각하고 젊은 세대를 배려한다면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나랏빚이 104조 원 늘었다. 올해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100조 원 빚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5천만 명 국민 1인당 200만 원씩이다. 문 정부 들어 매년 그런 빚을 내 나눠 가지며 어리고 젊은 세대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상환 계획도 없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말 "2023년부터 빚을 갚아 나가겠다"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코로나로 진 빚 상환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정건전성이 양호해 문제없다는 무책임한 소리만 남발하고 있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무너진다고 설파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처럼 위법이 아닌 합법을 가장한 포퓰리즘 정책에 무너진다는 뜻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우리나라 제1·2 도시의 1년짜리 시장 선거가 아니다. 내년 정권 교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엔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안타깝게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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