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내 사람이 먼저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사람이 먼저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공식 대선 슬로건이었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얼마나 멋진 말인가.

9년이 흐르는 동안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됐고, 4년을 통치했다. 슬로건처럼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었나.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기는커녕 '내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고 말았다. 조국, 윤미향 등에 이어 내 사람들이 먼저인 행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수급을 서두를 필요 없다는 기 교수를 청와대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앉혔다. 문 대통령이 2015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한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고, 생명이 먼저인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했던 발언과는 배치되는 인사다. 기 기획관의 아버지가 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신영복 씨와 함께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같이 수감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무리한 인사를 했을까.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한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 박 대변인은 2019년 문 대통령에게 바치는 '월광소나타' 동영상을 올려 논란이 된 인사다. 박 대변인은 "이런 월광소나타, moonlight, 달빛소나타가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입'이 될 인물이 이렇게도 없어 듣기 민망한 아부성 발언을 한 사람을 앉혔나.

압권은 청와대 개편에도 자리를 지킨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이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기획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실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 기소된 인사다. 피의자·피고인이 청와대에 근무하도록 둔 것은 이들이 문 대통령의 확실한 '내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 어록 상당수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평등·공정·정의는 불평등·불공정·불의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로, 이게 나라냐는 이건 나라냐로 바뀌었다. 사람이 먼저다는 조국이 먼저다, 내 사람이 먼저다 등의 버전이 속출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 결국 또 하나의 혹세무민 슬로건으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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