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경제를 넘어 안보의 기틀이 된 첨단大기업!

우주굴기 중국, 대만 앞에서 멈칫하는 까닭
시스템 반도체 1위 TSMC, 대만을 지키다
한미동맹 균열, 삼성 SK LG가 메우나??

중국 해군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최근 대만 주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사진은 2017년 7월 11일 홍콩으로 항해하는 랴오닝 항모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해군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최근 대만 주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고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사진은 2017년 7월 11일 홍콩으로 항해하는 랴오닝 항모의 모습. 연합뉴스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가 대만 안보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신문DB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가 대만 안보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신문DB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박사. 사회복지사

▶우주굴기 중국이 대만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

중국이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화성 탐사용 무인이동 로봇(로버)을 지난 15일 오전 8시 18분(한국시간) 화성 북반구 유토피아 평원 남쪽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 화성 탐사 로봇 '주룽'을 탑재한 중국의 탐사선 텐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 로버가 모두 들어 있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수년 사이 화성 탐사와 달 탐사,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추진 등 '우주굴기'에 가속도를 내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우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주 경쟁에서도 러시아를 제치고, 미·중 양자 대결이 본격화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경제 부문의 고도성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외교, 군사적으로도 급격히 '근력'을 불리면서 '패권국'의 지위에 도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양(大洋, 태평양)으로 진출해 군사력을 투사할 수 이어야 한다. 그래야 '안방 구들장 대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한국과 일본의 '대한해협', 일본과 대만의 '난세이 제도', 대만과 필리핀의 '바시해협' 등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저지선에 갖혀 '독 안에 든 쥐' 신세라는 분석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 중국군은 대만 침공과 주요 시설 공격을 염두에 둔 듯한 '공격적'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대만의 방공식별구역 남서부를 들락거린 중국 전투기와 정찰기가 사상 처음으로 100대를 넘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해 통일한다면 곧바로 더 넓은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중국-대만' 간 전쟁이 언제 벌어지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점령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우리는 중국이 G2로 부상하고 패권국에 도전하기 전에도 '중국(중국 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대만을 점령해 통일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상식으로 알았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등 힘이 더 세졌는데, 이런 '상식파괴'의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정부와 대만 국민의 '결사항전' 의지가 중국이 섣불리 대만 침공을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더군다나 대만은 미국 등 우방국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보완하고 있다. 대만은 마치 거대한 사자(중국) 앞에 앉아 있는 고슴도치처럼 변해가고 있다.

국제 정세도 중국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도 방위백서에 '대만 정세 안정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명기했다. 지난달 중순 미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도 무려 52년 만에 대만 문제가 포함되었다.

물론 일본의 방점은 '대만을 둘러싼 충돌 억제'에 있다. 그러나 대만의 운명은 일본에게도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만일의 사태' 발생시 참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 역시 방위백서는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때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에 따라 일본이 참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이 대만 방위에 적극 나설 것임음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만 안보의 기틀, 세계 시스템 반도체 1위 TSMC

여기에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긴다. 한 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은 적극 참전할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었다. 미국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만을 지켜줄까 라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대만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를 의심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대만에는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TSMC가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첨단 반도체의 84%가 대만에서 만들어진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세계 전자산업은 계산할 수도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모두 없어서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이 TSMC가 살아 남는 법"이라고 소개했다.

'슬기로운' 대만 정부는 반도체가 곧바로 '안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만 본토에 핵심 반도체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했고,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독보적 기술력'으로 화답했다.

최첨단 반도체로 꼽히는 5nm(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는 TSMC와 삼성전자만 만들 수 있다. TSMC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직 아무도 양산하지 못한 3nm 반도체 공장을 미국 애리조나에 지을 것이라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장비 및 설계=미국' '반도체 소재=일본' '반도체 핵심 인력과 양산 기술=한국, 대만'이라는 밸류체인으로 엮여 있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첨단산업의 '쌀'로 비유된다. 반도체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경우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중국의 경제도 첨단 군사장비도 우주굴기도 모두 '빈깡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은 'TSMC가 있는 대만'이 전쟁터가 되는 것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TSMC가 있는 대만'을 중국이 점령해 장악하도록 결코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잇따른 군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안보와 결사항전 의지는 오히려 더 강화되는 '이율배반적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역시 대만을 위협하면서도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TSMC가 최근 미국에는 최첨단 공장을, 중국에는 28nm 수준의 범용 반도체 공장 투자를 결정하자 중국 내에서는 '대만 TSMC 투자를 받지 말자'는 '국뽕' 수준의 불만 여론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내부 순환(기술 자립)만 강조하는 근시안적 행태는 중국 반도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TSMC는 패권국을 추구하고 대만 정벌을 꿈꾸는 중국에게조차 '자존심'을 버리게 만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신 DDR5 D램 모듈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Power Management IC) 3종을 공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DDR5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최신 DDR5 D램 모듈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Power Management IC) 3종을 공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DDR5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삼성, SK, LG…, 한미 동맹 균열 메우는 역할할까?

한미 동맹이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오는 21일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국민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제대로' '충분히' 접종 받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대단히 공교롭게도(?) 미국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삼성, SK, LG 등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분야 최고경영자들이 동행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B(바이오) B(배터리) C(칩, 반도체)로 불리는 이 세분야에 30, 40년 전부터 '혼신의 노력과 투자'를 기울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파탄 직전이라는 최악의 한미 동맹 균열을 국내 대기업들이 어떻게 메워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정말 '공교롭다'는 말은 이 때 쓰기 위해 생겨난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4년 동안 대기업을 죄악시하며 온갖 규제와 억압 정책을 펼쳐왔다. 이제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탄압하던 대기업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몰염치(?)를 서슴치 않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지기는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밉다고 대한민국을 망국의 길로 몰고 갈 수는 없다. 글로벌 첨단 대기업들이 '다시 한 번' 국운(國運)을 일으켜 세우는 밑거름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문재인 정권과 그들을 지지하는 문빠·대깨문들도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에서 벗어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도성장을 위한 개발독재 과정에서 정경유착 등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문재인 정권 내부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싹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에서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 이 부분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라고 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도 국민에게 더 정확히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회에 기여할 부분도 찾는 방법이 함께 모색되면 좋을 거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내로남불' '후안무치' '아전인수' '적반하장' 정권의 입에서 나오기는 좀 쑥쓰러운 말이긴 하지만, 말 자체를 틀린 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국내 경제단체로는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大기업은 경제를 넘어 국가와 국민의 안보와 안전을 위한 '흔들리지 않는 기틀'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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