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를 앞두고 승용차 에어컨을 점검했다. 냉기가 시원찮더니 컴프레서(압축기) 고장 진단이 나왔다. 출고한 지 20년이 된 낡은 차라 탈이 날 법도 하지만 막상 고장이라니 난감했다. 대구 더위 특성상 에어컨 없는 차량 운행은 상상 불가라 바로 부품 교체를 주문했다.
수리 기사도 오랜 연식을 의식해서인지 신품보다 재생 부품을 권했다. 안전과는 직접 관계가 없어 저렴한 재생품을 추천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안전과 품질 등을 따져 재생품 사용을 권장하는 추세인 데다 몇 년 내 차를 바꿀 계획이어서 재생품을 선택했다. 재생 부품은 재생 전문 업체에서 중고 부품을 수리해 기능과 성능을 복구한 것으로 품질 인증을 통해 시장에 유통된다. 재생업체나 소비자가 안전 관련 규정만 잘 지킨다면 자원 재활용과 저렴한 비용 등 이점이 많다.
이와 비슷한 예로 '리퍼브' 상품이 있다. 리퍼브(Refurbish)는 전시 상품이나 반품, 약간 흠이 있거나 색상에 결함이 있는 제품, 이월·단종 상품 등을 고치거나 새로 단장해 할인 가격으로 파는 상품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신제품과 중고품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데 알뜰 소비자가 늘면서 리퍼브 전문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국내 한 유명 가구업체 배송 기사들이 '하자로 반품된 제품을 수리한 뒤 재포장해 새 제품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며 양심 고백을 했다. 제품을 수리하고는 애초 문제 없는 상품인 것처럼 포장해 팔았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기술자가 수리하지 않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배송 기사들이 손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판매자가 밝히지 않는 이상 소비자는 이를 알 턱이 없고 결국 하자 제품을 정상 가격에 사는 꼴이다.
해당 업체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그렇지만 기사들이 사기 혐의로 회사를 고발한 이상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일부 기업의 이런 비윤리적 행태는 소비자에 대한 배신이자 기업의 리스크다. 대리점 갑질에다 '불가리스' 허위 광고 논란 등으로 불매운동이 거세지면서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된 남양유업 사태나 '남혐 포스터' 논란을 자초한 GS25, 최고경영자의 SNS 설화로 구설에 오른 신세계·이마트 사태 등은 결코 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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