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인 "비서실장 노릇 할테니 尹 연기 좀 해달라"

국민의힘 선대위 일괄 사퇴…지지율 하락세에 '극약처방'
직접 후보 메시지 관리 의미…인적 쇄신 부정적 입장 후퇴
과감한 조직 개편 예고 발언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3일 쇄신을 이유로 지도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해체 수준이라는 평과 함께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겪으면서 보수 정치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자 극약 처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앙선대위 컨트롤타워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기현·김도읍 공동선대위원장, 임태희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대구 수성구갑),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김상훈(대구 서구)·임이자(상주문경) 직능총괄공동본부장, 권성동 종합지원총괄본부장,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등이 모두 윤 후보에게 거취를 일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한길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장도 이날 윤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신지예 수석부위원장 사퇴에 책임을 느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2일 새시대준비위 현판식을 진행한지 23일 만이다.

김상훈 본부장은 지도부 사의 표명과 관련해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같이 쇄신하는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의원총회에서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중심이 돼 선대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나누었다"고 했다.

설명대로 이번 지도부 일괄 사퇴 카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의중을 밝힌 날 나왔다. 이 역시 새해를 전후해 급격하게 떨어진 윤 후보 지지율과 장기화되는 내홍을 해결하지 않으면 필패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내가 (윤석열) 후보에게 '내가 당신의 비서실장 노릇을 선거 때까지 하겠다.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꾸어서 우리가 해달 란대로 연기만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여러 번 대선도 해봤지만,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할 것 같으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늘 얘기한다"며 "지금 우리 국민의 정서가 어떻다는 것을 우리가 보고 있다.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절대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선대위 개편을 재차 강조하며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선대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또 한 번의 혼란을 겪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혼란을 겪지 않으면 선거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선대위 새롭게 구성해서 3월 9일까지 총 매진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인적 쇄신은 어렵다고 일축했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과감한 조직 개편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윤 후보가 잦은 실언으로 지지층의 반발을 산데 따른 것이며, 김 위원장이 직접 후보 메시지 관리에 관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의원총회 후 '연기' 발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후보가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메시지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며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우리가 해 준대로 후보가 소화 해줘야 한다"고 설명한 점, '후보에게 연기만 하라고 하면 유약한 이미지로 보이지 않냐'는 질문에 "후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절대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윤 후보는 정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가급적 언론에서 실수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말실수 바로 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뭐가 있냐"고 답한 점 등이 그 방증으로 꼽힌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이날 선대위의 언론 공지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힌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 사퇴를 두고 당내 '엇박자' 기류가 노출됐다.

이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김 위원장과 의사소통을 했는데 김 위원장 본인은 사퇴의사를 밝힌 적 없다고 명확히 표현했다고 한다"며 "저는 이것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아서 언론에 따로 말씀드린다"고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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