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 내 잔디광장에 롤러스피드 스케이팅 로드 트랙이 설치된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잔디광장 미관을 훼손할 뿐 아니라 실용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3일 동구청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연말쯤 율하체육공원 내 잔디광장 절반이 롤러스케이트를 위한 로드 트랙으로 바뀐다. 2025년에 있을 세계 롤러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길이 400m와 너비 8m 등 국제 규격을 갖춘 트랙이 필요하다. 대구에서는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롤러스케이트장만 있을 뿐, 경기를 위한 트랙은 전무하다.
트랙 부지를 찾던 동구청은 약 2만5천㎡ 규모의 율하 잔디광장을 지난해 후보지로 선정했다. 약 2천200만원의 체육진흥기금을 들여 도면 제작 등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용역이 마무리되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 약 4억원을 지원받아 착공에 들어간다. 최대 1만2천300㎡ 규모로 내년 연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구청이 트랙 조성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주민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잔디광장에서 만난 주민 상당수는 미관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 A(53) 씨는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들도 이곳을 아끼고 있다. 트랙이 절반을 차지하면 한쪽은 자연이고 한쪽은 인공적인 느낌이 들어 이질감이 상당할 것 같다. 잔디는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롤러스케이트를 위해 조성되는 트랙인 만큼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드물다는 것이다.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B(50) 씨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에 특정 시설이 들어오면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트랙은 롤러스케이트를 즐겨 타는 사람들만 반길 것 같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선정한 동구청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잔디광장인 만큼 용역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공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C(60) 씨는 "매일 이용하던 잔디광장에 갑작스럽게 트랙이 생긴다는 소식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가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했다"면서 "동구청은 사업에 들어가기 전에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청회라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공원녹지법상 전체 면적의 10%를 초과하지 않으면 주민 의견 청취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랙 면적은 전체 18만7천㎡ 규모인 율하체육공원에서 6.5%를 차지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조성될 트랙은 공원 면적 가운데 10분의 1을 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설명할 의무는 없다. 설계 용역에서 규모가 커진다면 대구시에 의견 청취를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랙은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만들겠다. 잔디와 단차가 없을 정도로 최대한 자연 친화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또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부터 산책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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