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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최정우 회장 '일방통행식 소통'에 제철소 직원들도 뿔났다

포스코홀딩스도 맘대로, 제철소 운영도 맘대로
재무통 최 회장, 현장을 잘 이해못하는 듯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DB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DB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의 '일방통행식' 소통 방식에 포항시민뿐만 아니라 포항제철소 직원들도 뿔났다.

포스코는 최근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를 설립한 뒤 지역과의 소통 없이 그룹을 지배하는 본사 기능을 포항에서 서울로 옮기면서 시민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직원이 현실과 동떨어진 제철소 운영으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글을 올려 최 회장의 소통방식에 더 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포스코 한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정비업무담당자입니다'로 시작된 글은 제철소 수리작업 시 바디캠 촬영이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정비인들의 업무현실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적고 있다.

글은 설비를 정비하고 개선하며 안전사고예방에 힘써야 할 정비인들이 바디캠을 관리하는 인력으로 전락했다며 서두를 열고 있다.

5kg의 정비조끼에 양손 가득 바디캠 2~3개를 들고 가면 현장 도면이나 자재를 들 수 없고, 심지어 줄자 하나 꺼내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비작업 전 '위험 인지 예지 활동(TBM)'을 해야지만 바디캠을 점검해야 하고, 현장 정비상황을 지켜볼 시간에 바디캠을 수거하러 다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정기수리나 대수리 시 같은 중요한 작업 전날에도 예전 같으면 자재파악이나 작업관리, 준비 등에 주력했지만 요즘은 사무실을 돌며 바디캠을 작업자들에게 전달하고 받으러 다녀야 한다고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직원당 10개가 넘는 정비작업 안전조치와 TBM, 작업설명, 자재전달 등을 해야 하는데 바디캠에 발이 묶여 작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최 회장의 활동이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되레 안전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서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최 회장이 포스코그룹을 맡은 이후 제철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현재까지 16명이 사망했다.

이어 글은 정비인들을 정비작업에 집중하는 시간은 10%도 안 되고 나머지 90%는 바디캠 등 불필요한 허드렛일에 소요되고 있다며 마침표를 찍고 있다.

글쓴이는 첨언하며 돌발대기근무, 설비점검, 자재관리, 자재구매, 나눔강제 참여, 바디캠 관리, UCC분기마다 만들기 등 정비인들이 하는 여러 업무 70여개를 나열했다. 여기에다 펌프설비 점검조사, 유압라인조사, 펌프용량 파악 등 20개의 일상에서 반드시 해야 할 많은 일을 적으며 불필요한 업무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

포항제철소 한 관계자는 "요즘 코로나19 관리에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에 따른 대책 마련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서 재무통인 최 회장이 제철소 현장을 잘 모르고 나오는 많은 지시에 직원들의 고충이 크다"며 "현장 직원들은 모든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제철소 안전 운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위한 활동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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