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은해 남편 행적도 괴이해…범죄심리학자도 '절레절레'

이은해 일당 검찰조사 진술 거부…판사 앞에선 억울함 호소
이수정 "굉장히 어려운 사건, 지금보다 더 밝힐 것 많다"

14일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6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인치되면서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이은해(31)·조현수(30)가 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검찰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의 입증이 관건인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라며 "지금까지 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훨씬 멀어 보이는 사건"이라고 내다봤다.

2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씨와 조 씨는 지난 16일 검거된 이후 이날도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정황 증거는 있지만 직접 증거는 없어 이를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들이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진단했다.

일단 이 씨의 남편 A 씨는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과 아무런 신체 접촉이 없었던 셈이다. 이 교수는 "그래서 (이 씨 등은)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는 민원인이라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물에 빠진 A 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 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A 씨가 합리적 사고를 하는 성인 남성인데 '뛰어내리라'는 강요만을 듣고 어떻게 물에 뛰어내리기까지 이르렀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증거가 없다는 것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복어 독과 관련해선 "이들이 주장하는 바로는 복어 독 관련 문자는 일종의 장난스러운 대화였을 뿐 사실 복어 독을 먹인 적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물적 증거가 확보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 씨는 자필진술서에서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 살해하려고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는가.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로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이른바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의 발생 장소인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 물놀이 안전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용의자 이은해·조현수는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잠적해 공개수배 중이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이 씨가 (A 씨와)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A 씨는 (이 씨의 내연남인)조 씨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며 "함께 여행도 갈 정도의 관계였다. 아내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혼인 신고를 하고, (신혼)집을 이 씨에게 제공하고, 괴이한 행적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가스라이팅'에 대해서는 "그렇게 된 것으로 정황상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그런 사람이 어린 애도 아닌데 과연 가스라이팅을…. 특히 이은해, 연약한 여자가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 씨가) 결국 극단적 선택과 비슷한 일을 시킨 것 아닌가. 이 부분은 밝혀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혼인 기간 중 어떻게 이 씨 딸이 A 씨 호적에 올라갔는지 이 부분도 부자연스럽다. 여러 가지 지금 밝혀야 할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직범죄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는가.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들이 많다.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 이 씨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언급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인치되면서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연합뉴스

한편, 검찰에 구속된 이은해는 법원에 자필진술서를 냈다. 이 씨는 지난 16일 체포된 후 검찰에서는 진술을 거부해오다 판사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19일 구속영장 심사에서 A4 용지 2장 분량(약 1600자)의 진술서를 판사에게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남편이 사망한 계곡 사건 내용은 없고, 복어 독 살해 시도 내용만 많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 2019년 2월 복어 피를 이용한 1차 살해 시도 혐의만 적극 부인했다. 또 도주 직전인 지난해 12월 13일 검찰에서 복어 독 사건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석 달 뒤 발생한 낚시터 살인 미수 사건 그리고 한 달 뒤 계곡 살인 의혹 사건이 연속적이고 고의적인 살인 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이 씨 입장에서 볼 때 검찰이 쥔 패를 확인한 게 복어 독 사건 밖에 없어 향후 수사에 대비해 다른 사건은 언급조차 안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계곡 사건 내용은 1번 언급됐다. 이씨는 범죄의 개연성이 있는 '사건' 대신 우연적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태연스럽게 주장했다. 또 숨진 A 씨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4개월 동안 도주했던 것에 대해 "잘못 판단해서 도망갔다"고 주장이 나왔다. 이 씨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성실히 생활하고 도주 전까지 수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회라는 밧줄을 준다면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등 판사에게 죄의식보다는 억울함을 전하려는 의도가 짙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