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는 작가에게 명함과도 같은 것이다. 작가로서의 활동과 작품 세계를 눌러담은 수십장의 종이.
김윤섭 작가는 '포트폴리오 시리즈' 작품을 통해 청년 작가로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의 무게를 보여준다. 5년간 청주, 광주, 부산 등 매년 전국의 창작스튜디오(레지던시)를 옮겨다닌 그에게 포트폴리오는 작가활동의 지표이자 과정인 셈이다.
그는 캔버스가 아닌 종이에 포트폴리오 지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끔한 포트폴리오가 아닌, 수많은 프린트 끝에 작업실 한 켠에 널브러져 이면지로 활용되는 포트폴리오다. 한켠에 적힌 '월요일, 한준희 선생님 만남', '전시참여신청서 8월 5일까지, 가능한 빨리!', '종합소득세' 등에서는 현실이 뚝뚝 묻어난다.
김 작가는 공주대 만화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아트스페이스펄의 신진작가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영프로 1'을 통해 대구에 소개됐고, 이후 ▷유혹의 기술(2011) ▷유목적 상상-삿포로(2012) ▷포인트 투 포인트(2013) ▷냉정과 열정사이(2016) 등 아트스페이스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의 주제인 '마계'(魔界)에 대한 얘기를 풀어왔다.
그의 마계는 한 주제에 몰입해 연구하는 삼매경의 반대를 뜻한다. 그는 질서정연하고 세련된 사회에 적응하지 않는, 산만하고 우울하며 열광적인 혼란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마계의 행보를 이어왔다.
아트스페이스펄이 선보이는 김 작가의 초대개인전 제목 '혼란한 날씨'(Weather of Madness)는 그의 이러한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말이다. 마계의 행보가 담긴 포트폴리오를 작품으로 정리하듯 기록한 전시다.
정명주 큐레이터는 "상영 중인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대혼란의 멀티버스'에서 전시 제목을 차용했다.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라는 광고 문구가 마치 그의 마계, 작품의 콘셉트를 잘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늘 고민하고 새로움을 향해 출발하는 작가의 작품 활동들이 담겨있다. 끝없이 펼쳐진 상상의 공간에서 불안하고 모호한 미래를 선택한 작가의 다음 행선지를 기대해볼 수 있는 전시"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29일까지.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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