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예술인들의 교류 생생히…대구예술발전소 ‘예술가의 편지전’

11월 30일까지 3층 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

지휘자 요셉 발리히가 영남오페라단 김귀자 단장에게 보낸 엽서. 대구시 제공
지휘자 요셉 발리히가 영남오페라단 김귀자 단장에게 보낸 엽서. 대구시 제공

"살인적인 대구 기후에 어떻게 지나시오?"

부산의 작곡가 이상근 선생이 제자인 임우상 작곡가에게 1985년 8월에 보낸 편지에 담긴 안부 인사다. 대구의 뜨거운 여름은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유명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문구다.

대구예술발전소 3층 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에서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구 예술인들이 교류한 편지를 엄선해 보여주는 '예술가의 편지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고예술인 이기홍(지휘자), 이경희(피아니스트), 김소라(무용가)를 비롯해 원로예술가 김귀자(성악가), 박말순(성악가), 장영목(합창지휘자), 임우상(작곡가), 최춘해(아동문학가) 등이 국내외 예술인, 가족 등과 나눈 편지를 공개한다. 세대와 국경, 장르를 넘어 교류한 예술인들의 관계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작곡가 나운영이 지휘자 장영목에게 대구 지역 음악 자료 송부를 부탁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 대구시 제공
작곡가 나운영이 지휘자 장영목에게 대구 지역 음악 자료 송부를 부탁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 대구시 제공

특히 작곡가 나운영이 지휘자 장영목에게 보내온 편지를 통해서는 서울과 대구의 예술인들이 서로의 연주 레퍼토리를 공유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무용가 김소라의 어머니 최원경, 두 딸을 연주자로 성장시킨 피아니스트 이경희가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같은 예술인의 길을 걷는 딸을 걱정하는 모정이 느껴진다.

또한 대구시립교향악단 초대 지휘자 이기홍의 유품 가운데서는 1963년 대구방송교향악단 창단 연주회를 축하하고자 보낸 번스타인, 몽퇴, 카잘스의 전보와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 이경희의 유품에서는 이화여전 은사였던 그레이스 우드(Grace H.Wood), 문화장에서 독주회를 열 수 있도록 피아노 구입을 도와준 미군부대 교회의 하임 쇼오트(Heim Soth) 목사에게 받은 편지 등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편지 실물과 함께 예술인의 교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사진도 함께 영상으로 편집해 선보인다.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팀 관계자는 "손글씨를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요즘, 예술가들의 필체를 보면 그들의 호흡이 생생하게 전해진다"며 "당시 생활상도 엿볼 수 있으며, 당시 우표, 카드, 엽서의 모양을 살펴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토·일요일, 공휴일 관람은 예약해야 한다. 053-803-3723.

피아니스트 이경희가 대구문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성악가 박말순에게 보낸 엽서. 대구시 제공
피아니스트 이경희가 대구문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성악가 박말순에게 보낸 엽서.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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