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가을향기 물씬 나는 한국영화 3편

가을빛이 완연한 10월 첫 주,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한국 영화 세 편이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무명 개그맨이 하루아침에 조직의 보스가 되는 '컴백홈'(감독 이연우), 아마추어 풋살대회에 참가하는 철없는 어른들의 도전기 '선데이리그'(감독 이성일), 중고거래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거래완료'(감독 조경호)이다.

영화 '컴백홈'의 한 장면.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컴백홈'의 한 장면.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컴백홈

'컴백홈'은 신출귀몰 탈주범을 잡으려는 시골형사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거북이 달린다'(2009)의 이연우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스토리와 촘촘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서울에 온 기세(송새벽). 그러나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폐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월세를 못 내 단칸방에서도 쫓겨나고, 거기에 아버지의 부고까지 듣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충청도 출신인 기세는 조폭 두목인 아버지 팔출(이경영)과 아픈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무덤덤하다. 어린 시절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쫓길 때 먼저 도망가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다. 삼촌 강돈(이범수)은 그에게 아버지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보스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다. 며칠 만에 20억 원을 준다는 달콤한 유혹이다.

배우 송새벽이 특유의 나른하고 피곤해 보이는 생활 연기로 기세 역을 잘 연기한다. 지난 주 개봉한 '정직한 후보2'의 라미란이 기세의 첫 사랑으로 나와 재미를 더한다. 기세가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신인 개그맨이라는 설정에 따라 김준호, 김지민, 김대희 등 실제 개그맨들이 등장해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좌충우돌 코믹한 스토리에 아버지의 사랑, 이웃과 친구에 대한 정 등을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선데이리그'의 한 장면. 아이 엠 제공
영화 '선데이리그'의 한 장면. 아이 엠 제공

◆선데이리그

'선데이리그'는 동네 아재들의 축구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만년 비정규직 코치 준일(이성욱)은 '검은 독수리'로 불릴 정도로 촉망 받던 축구 유망주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고, 마흔이 된 이제는 이혼을 당하지 않으려면 정규직이 돼야 하는 절박함에 내 몰린다. 그런 그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찾아온다. 조건은 아마추어 풋살대회 예선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선데이리그'는 짠한 인생들의 꿈과 도전을 그린 영화다. 키 작은 치킨집 사장 최씨(오치운)와 어릴 적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나이만 들어버린 김사장(강영구), 백수에 조울증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박씨(이순원) 등 모두 외롭고 쓸쓸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힘을 모아 험난한 세상의 파도를 이겨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캐릭터들을 맡아 낯설지 않은 동네 아재들의 실감 연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유머들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어울려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83분. 전체 관람가.

영화 '거래완료'의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영화 '거래완료'의 한 장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거래완료

재하(임승민)는 곰팀을 응원하는 가족 사이에서 몰래 쌍둥이팀을 마음에 품고 있다. 쌍둥이팀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02년식 야구점퍼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 뜬다. 거래를 위해 잠실에서 만난 아저씨 광성(전석호)은 수상한 구석이 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 말란다.

'거래완료'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중고거래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힐링 무비다. '2002년 베이스볼 재킷'을 비롯해 '스위치', '붉은 방패와 세 개의 별', '사형장으로의 초대', '크리스마스의 선물' 등 총 5편의 에피소드가 중고 거래를 매개로 펼쳐진다.

지금은 중고지만, 한때는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추억의 애장품들이었다. 작가 지망생은 아끼던 문학 전집을 팔러 나왔고, 전직 야구선수는 선수 시절 받은 한정판 야구 점퍼를 팔러 나왔다. 비디오게임 마성전설의 끝판왕이 되는 게 소원이었던 사형수는 레트로 게임기를 중고 거래로 내놓았다. 잠 들고 싶은 재수생과 잠 깨고 싶은 수험생이 서로의 처지를 바꿀 수면유도기를 거래하기 위해 수능 30일 전날 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다.

이처럼 '거래완료'는 아주 낯선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만난다. 그리고 특별한 인연이 된다. 중고거래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경쾌하고 따뜻한 판타지로 빚어내는 감독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경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영화의 꿈을 이루기 위해 7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거래완료'는 전세방 뺀 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120분. 12세 관람가.

영화평론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