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풍 ‘힌남노’ 겪은 경북 포항. 다중 이용시설 차수벽 설치 의무화 추진

별도 지침 마련해 신축 건물 빗물유입 방지 대책 수립 규정
기존 건물도 차수벽 등 설치 보조금 마련 위해 조례 개정 논의 중

15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의 복구 현장. 태풍
15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의 복구 현장. 태풍 '힌남노'로 범람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재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신동우 기자

태풍 '힌남노'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망사고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가 앞으로 다중이용 건물에 대해 차수벽 등 빗물유입 방지 대책을 의무화(매일신문 12일 보도)하기로 했다.

지난달 태풍 내습 당시 몇몇 침수구역에서 차수벽이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우 피해 방지를 지역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이다.

24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앞으로 신규 건축물 건립 시 지면과 연결된 주차장 등 지하시설에 폭우에 대비한 빗물 유입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자체 지침을 마련했다.

선큰(sunken·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이나 지하 주차장에 차수벽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이다. 아울러 16층 이상 또는 5천㎡ 이상 건축물은 전기실과 발전기실을 반드시 지상에 설치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으로 꼭 지하에 배치해야 하거나 지정된 규모보다 작은 건축물들은 지하 1층 배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그에 상응하는 빗물 유입 방지 대책을 수립해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해당 지침은 법률 상 명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성이 적지만, 포항시는 건축허가 신청 때 최대한 자체 지침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미 기존에 지어진 건물들에 대해서는 지하시설에 차수벽 설치 등을 유도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 재정이 논의 중이다.

아직 결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대략 설치비용의 80% 가량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차수벽 등 빗물 유입 방지는 정말 잘 고급으로 만든다면 1천~2천만원, 보통은 몇 백만원이면 충분히 설치 가능하다"면서 "괜히 건축물에 제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설비를 설치함으로써 자기 재산과 소중한 인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지역에는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로 시간당 100㎜가 넘는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며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당시 차를 빼던 주민 8명이 사망하는 등 총 36명(사망 11명·부상 2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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