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치와 진실 오염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촛불' 이야기도 꺼냈다. 경찰이 사고 진상을 수사 중인데, 경찰 수사는 볼 것도 없다는 식이다.

국정조사나 특검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대형 사고는 신속한 초동수사가 관건인데, 다짜고짜 시간이 걸리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들고나오는 것은 국가적 참사를 '정쟁 거리'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정무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민주당 지도부는 "이태원 참사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니 사정으로 이슈를 덮으려 하는 것"이라며 "국면 전환용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대장동 관련, 이 대표 최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이태원 참사 이전부터 강도 높게 진행돼 왔다. 민주당 지도부의 논리대로 보자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이야말로 '대장동 위기'를 모면하려는 국면 전환용 쇼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사실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여기에 정치가 개입하면 사실이 오염되고, 진실은 가려질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부와 여야 등 정치권의 입장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사고 원인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장동 관련 범죄 혐의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에 대한 탄압으로 분칠해서도 안 된다. 야당이 범죄 혐의자가 숨어드는 소도(蘇塗)로 전락한다면 그건 정당(政黨)이 아니라 소굴(巢窟)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관리해야 할 악재로 보는 세력과 이용할 호재로 보는 세력을 보았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눈물을 흘렸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또 한 번 큰 상처를 입었다. 국가적 참사를 '정치 도구'로 이용한 자들에 대한 분노가 엉뚱하게 유가족을 향했던 것이다. 국가적 슬픔인 이태원 참사가 그런 전철을 밟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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