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란, 히잡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 첫 사형선고…“신의 적이자 세상의 타락”

이란 반정부 시위 참여자가 정부 청사에 불을 지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란 사법당국이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관련자에게 사형을 선고한 건 처음이다.

이란 인터내셔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이란 혁명재판소는 한 반정부 시위 참가자에게 정부 청사 방화와 공공질서 저해, 국가안보 위반 공모 죄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미잔 온라인은 '신의 적이자 세상의 타락'이라는 점도 이 시위자의 죄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테헤란에 있는 다른 법원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공모하고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5명에게 5년에서 1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남부 호르모간 지방의 한 판사는 시위자 164명이 선전·선동 살인 등 다양한 범죄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재판소는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생겼으며 이란 성직자의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엄중한 처분을 내려왔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쿠르드계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3일 만에 숨지면서 촉발됐다. 현재 시위는 이란에서는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약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한 가운데 사법부가 사형선고까지 내린 것이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 책임자 메흐무드 아미리 모가담은 현재 최소 20명이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국회의원 290명 중 272명은 이달 초 칼날과 총기로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준 이들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따라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모가담은 "사형이 빠르게 집행될 것이 우려된다. 국제사회가 나서서 시위대에 대한 사형 집행은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IHR에 따르면 12일 기준 이란 군경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326명. 여기에는 미성년자 43명과 여성 25명이 포함됐다. 시위진압에 나선 치안병력도 40여 명이 사망했다.

또 9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총 22개 주에서 사망자가 보고됐으며 테헤란에서만 최소 1천 명이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고 전국적으로는 2천 명이 넘는 시위자들이 반체제 선동, 공공기관 파괴 및 훼손, 살인 선동 등으로 기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사형을 시위 진압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시위를 사전 계획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강경 진압 기조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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