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농작물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농부의 깊은 관심과 애정은 물론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과거부터 농업은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기까지 수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으나, 최근에는 자동화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도입한 '스마트팜'이 미래농업의 혁신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심한 농촌 인구 감소 문제와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쾌적한 작업 환경으로 청년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며 창업농 육성의 교육 산실로도 나아가고 있다.
지난 18일 취재진이 방문한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위치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농을 육성하고 첨단 미래농업 기술을 생산하는 농업혁신의 핵심 국책사업이다.
국내 스마트팜의 중심으로 평가받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총 사업비 1천548억원이 투입됐으며 43ha(헥타르) 부지에 조성됐다.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 등 전국 4개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곳은 ▷청년교육과 취·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보육센터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를 내고 도전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등 데이터 기반 영농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혁신밸리 지원센터 등 핵심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만 18세부터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매년 52명을 선발해 20개월 동안 이론부터 실습경영 등 전문교육을 거치고 있으며, 3년간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한다.
교육생들은 딸기와 토마토, 오이, 멜론 등 4개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전국에 유통해 수익까지 스스로 창출하고 있다.

취재진은 딸기와 토마토, 멜론, 오이 등이 자라고 있는 높이 10m의 거대한 유리온실을 둘러봤다. 창업농을 꿈꾸는 교육생들이 작물 재배부터 유통까지 실습하는 현장이다.
마침 수확이 한창이었던 딸기 재배 온실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생육상황 점검과 함께 데이터·인공지능으로 첨단화된 농업 기술이 적용되고 있었다.
교육생들은 구부리고 앉아야 하는 재래식 딸기 농법이 아닌 레일을 활용해 땅에서 1m 높이에 열린 딸기를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확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시설은 자원순환시스템을 구현해 지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탄소 저감은 물론 운영비 절감도 가능하다.
환경적인 요소인 온도와 습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배양액농도, pH, 병충해 등을 센서를 이용해 측정하고 제어하는 기술도 적용할 수 있다.
작업 환경이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재배 작물 성장에 따라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훨씬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높은 당도와 우수한 품질로 일반 농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한다.
이처럼 첨단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해 생산성과 품질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스마트팜의 최대 장점이다.

온실 견학을 마친 취재진은 빅데이터센터 관리실로 안내됐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전문 실증 및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운영체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농업 생태계 조성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생육정보 등 농업 데이터의 생산‧수집을 확대하고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작물별 재배 모델을 구축, 자동화 및 원격 제어하는 기술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기간 동안 청년농의 정착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청년, 신혼부부 등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28세대의 보금자리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혁신밸리 문화거리와 기존 농업인들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도 조성해 파급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찾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임대형 스마트팜 등을 둘러보면서 "청년들은 우리 농업의 혁신 동력"이라며 "정부는 청년들의 농업 창업을 돕기 위해 체계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미래 농업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시험무대와 창농의 꿈을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첨단기술의 힘, 기업인에게는 혁신의 길을 열며 미래농업을 견인하고 있다.
이건희 상주시 스마트밸리운영과장은 "농업을 바꿀 미래가 상주에서 시작되고 있다"면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청년농을 육성하고 첨단 미래농업 기술을 생산하는 농업 혁신의 거점으로서 '미래농업의 성장동력', '스마트농업의 선도모델'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업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경북 첨단 농업의 거점 도시를 넘어 국내 최대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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