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書經'의 여민黎民은 "검은 머리 백성"이 아니라 여국黎國의 백성을 말한다
'서경' 요전편堯典篇 서두에 요임금이 "만방을 화해 협력하도록 하자 여민黎民이 변화를 일으켜 화합하였다. (協和萬邦 黎民於變時雍)"라는 내용이 나온다.
주희의 제자로서 그 유언에 따라 '서경'을 주석한 채침蔡沈은 '여민黎民'을 "여는 검은 것이다. 백성의 머리가 다 검으니 그러므로 여민 이라 한 것이다. (黎黑也 民首皆黑 故曰黎民)"라고 하여 "머리가 검은 백성"이라고 풀이했다.

채침이 '여민'을 "머리가 검은 백성"이라고 해석한 것은 현도씨 여국黎國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데서 온 견강부회라고 본다. 백성은 머리가 검은 젊은 청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백도 있고 백발노인도 있기 때문이다.
'서경'의 여민黎民은 바로 여국黎國의 백성을 가리킨 것으로서, 동아시아 최초의 부족 국가인 구려九黎 부족 집단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그러니까 '여민'은 본래 여국의 백성이라는 고유명사에서 뒤에 일반 백성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된 것이다.
◆여국黎國의 여黎는 여명黎明의 뜻으로 우리말 '밝'의 한자 표기다
'관자'를 비롯한 중국문헌에 의하면 '여민'이 살던 여국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동銅을 사용하여 병기兵器를 제조했고 형법刑法을 제정하여 백성을 다스렸다. 동아시아의 역사 문화가 이들에 의해서 첫걸음을 떼었다.
그러면 상고의 전설시대에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인간 공동체를 형성하고 국가를 건국한 이들을 가리키는 이름이 왜 하필이면 여黎였을까.
여黎는 새벽녘 동이 틀 때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여명黎明을 뜻한다. 이들 여족黎族 집단은 먼 옛날 아침 해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동방의 밝은 땅, 밝달에서 터전을 이루고 살았다.
그래서 그들 민족은 밝달 민족, 그들 나라는 밝달 나라로 불렸는데 이것을 한자漢字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에 걸맞은 글자를 선택한 것이 여黎, 여씨黎氏, 여국黎國이었고 또 이를 음차하여 한자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 환하다는 환桓이고 밝다는 밝發이다.

따라서 한자 표기 여黎는 채침의 말처럼 검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명'의 뜻으로서 우리말 밝달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고조선 건국 이전 환국桓國시대, 배달시대가 바로 이 여국黎國시대, 구려九黎시대였다고 하겠다.
◆여국黎國, 구려국九黎國, 현도국玄都國은 환국桓國의 다른 호칭이다
한 나라를 지칭하는 명칭은 다양하게 불리는 경우가 많다. 시대에 따라서 호칭이 다르고 또 약칭이냐 전칭이냐에 의해서도 명칭이 달라진다. 가령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고려, 조선, 한국은 시대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진 경우이고 한국은 대한민국을 줄여서 부르는 약칭이다.

중국은 한자로는 중국中國으로 표기하지만, 영어로는 china라고 표기한다. 현대 중국의 정식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고 약칭은 중공이 된다. 일본은 본래 왜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일본으로 바뀌었다.
상고시대에 구려 부족의 현도국과 환인 환웅의 환국은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실제는 같은 민족이 세운 같은 나라였다고 보는 이유를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현도국의 현玄은 '역경易經' 곤괘坤卦에서 말한 "천현이지황天玄而地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천현天玄 즉 하늘을 상징한다. 하늘의 태양은 환하고 둥글다. '삼국유사'에 보이는 환인桓因, 환웅桓雄의 환桓은 우리말 "환하다" "밝다"의 한자 표기이므로 현도국의 현과 환국의 환은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하늘이란 상징적인 의미는 같다.
둘째 현도국의 현은 현조를 토템으로 했던 현조씨의 새 토템과 관련이 있고 새 토템은 하늘을 숭배하는 태양토템의 연장 선상에 있다. 환국의 환은 환하고 둥근 하늘의 밝은 태양을 지칭한 것인데 고구려의 삼족오, 백제 금동향로의 봉황새에서 환국 밝족은 하늘을 나는 새를 토템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환국과 현도국은 토템이 같았다고 말할 수 있다.
셋째 현도국의 최고 지도자는 현도씨 치우 현왕이었다는 것이 여러 중국 문헌을 통해서 입증된다. 그런데 환웅의 환국은 14대 치우환웅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았다고 '삼성기전'에서 기록하고 있다. 현도국과 환국은 그 나라를 다스린 최고 지도자가 치우 천왕이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넷째 '해내십주기海内十洲記' 현주玄洲'에 "위에 대현도국이 있다. 선백 진공이 다스리는 곳이다.(上有大玄都 仙伯真公 所治)"라고 하였는데,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는 평양을 "선인 왕검이 거주하던 곳이다(仙人王儉之宅)"라고 하였다. 선백 진공이 다스리던 현도국과 선인 왕검이 거주하던 평양은 신선들이 사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고시대에 고조선의 임금들은 모두 선인이었고 구려 부족의 현도국 또한 신선의 도가 최고 경지에 이른 선백 진공이 다스린 나라였다는 점에서 이들 양자 사이에는 선仙이라는 일맥상통하는 요소가 있다.
그런데 평양에 거주했던 선인 왕검은 바로 환국 환웅의 아들 단군왕검이었다는 것이 '삼국유사'의 기록을 통해서 확인된다. 여기서 선백 진공의 나라 현도국은 바로 단군의 아버지 환웅의 나라 환국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섯째 '삼국사기'에서 최치원은 "신라국에 현묘玄妙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도라 한다.(國有玄妙之道 曰風流)"라고 말하여 신라의 고유사상이 현묘지도이고 그것의 다른 이름은 풍류도라고 하였다.
풍류도는 풍월도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바'람풍風 '달'릴류流, '바'람풍風 '달'월月 자로 표기하는데 이는 우리말 밝달도의 음차표기이다.
신라는 고조선의 유민이 모여서 세운 나라이고 고조선은 환웅천왕의 아들 단군에 의해서 건국된 나라다. 신라의 밝달도 즉 현묘지도는 환웅의 환국에서 단군의 밝조선으로, 다시 신라로 계승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환웅의 환국에 뿌리를 두는 신라의 현묘지도의 '현'은 바로 현도국의 천현天玄의 '현'으로서 이는 현도국과 환국이 '현'이라는 같은 사상적 체계를 가진 나라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상고시대에 현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고 중국문헌에는 현도씨, 현도국, 여, 구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현도씨는 씨족을, 현도는 도읍을, 여, 또는 구려는 부족을 중심으로 말한 것이며 따라서 이름은 다양하지만, 실체는 하나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면 '죽서기년'에 말한 현도씨, '일주서'에 말한 현도국은 '시경'에서 말한 "환발"의 환국 밝족, '삼국유사'에서 말한 환인, 환웅의 환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현도씨 현도국과 환웅의 환국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현도국이 내몽골 적봉 홍산시대의 현도씨 환국을 가리키는 국한적인 명칭이라면, 환국은 천산시대의 환인씨 환국, 바이칼 시대의 환웅씨 환국, 홍산시대의 현도씨 환국을 모두 아우르는 통칭, 다시 말하면 고조선 이전 상고시대 밝달 민족 국가에 대한 정식명칭이 환국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그리고 여국의 구려九黎가 이들 현도씨 아홉 개 부족을 가리키는 용어였다면 '시경'의 "환발桓發"에서 말한 환국 밝족의 밝은 환국 구려 부족의 종족을 지칭하는 명칭이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구려'는 환국의 부족 명칭이고 '밝족'은 환국의 종족 명칭이며 '현도'는 환국의 씨족명과 수도명을 겸한 호칭이고 '현도국'은 홍산시대에 국한 된 환국의 명칭이며 '환국'은 환인 씨의 밝산시대, 환웅 씨의 바이칼시대, 치우 현도씨의 발해유역 홍산시대를 통칭하는 국가명칭이었다고 하겠다. 〈계속〉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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