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중문이 잘 안 열려서 오고 가기가 너무 불편해요."
지난달 22일 오전 경북 청송군 파천면 병부리 청시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김춘화(83) 할머니의 문이 말썽이라는 전화를 받고 청송군 8282민원처리팀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곳에 도착한 황금화 팀장은 "할머니, 몇 년 전 불이 나고 다시 집을 잘 지으셨네요"라고 말하니 김 할머니가 황 팀장의 얼굴을 보며 환히 웃었다.
김 할머니는 "황 주사가 팀장으로 있으니 더 반갑다"며 "동네 일 볼 때 많이 도움받았는데"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민원처리팀장을 맡기 전에도 청송군 8개 읍·면에서 이름난 마당발이다. 시골 곳곳을 다니며 일을 한 덕에 누구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고 누구 집에 강아지가 몇 마리인지도 알 정도다. 이곳 역시 황 팀장이 근무한적이 있다. 마을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퇴근 후나 주말에도 열일 마다하며 민원인을 만나 어려움을 해결해 줬다.
김 할머니의 미닫이문은 몇 달째 열리지 않아 문제가 됐다. 김 할머니는 몇 년 전 집에 불이 나고 다시 집을 지으면서 출입문 안쪽에 중문을 설치했는데 그게 몇 년 안돼 말썽이 났다고 한다. 문을 고치려고 청송에 문 수리업체에 문의했지만 비용이 부담돼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민원처리팀이 도착하고 이 고장난 문을 단 '5분' 안에 해결해버린 것이다.

문제의 문을 분리 바닥 부분을 확인하고 거기에서 불필요한 나사를 제거하고 몇 개 나사를 조인 뒤 다시 문을 다니 거짓말처럼 문이 부드럽게 열리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자신도 문을 닫아보고 연신 손를 쳤다.
민원처리팀 소속 기술자는 "문을 오래 쓰다 보면 나사에 결속된 부분이 헐거워져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수도꼭지에 물이 새는 데 이것도 봐줄 수 있나"라고 말을 꺼냈다. 수도를 들여다본 민원처리팀은 수도꼭지 자체가 불량이라 물이 새는 것이라며 새 수도꼭지로 교체해줬다.
민원처리팀이 다른 민원지로 이동하려고 집을 나서자 김 할머니는 "잠깐만 기다려보라"며 집 안으로 들어간 뒤 각종 음료수를 챙겨 이들에게 건넸다.
황 팀장은 "우리가 원래 하는 일이니 이런 것 안 주셔도 된다"고 만류를 했지만 김 할머니는 자신이 다린 양파즙이라며 민원처리팀 주머니에 밀어 넣으면서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다음 동네로 출발에 앞서 황 팀장은 "청송은 대부분 노인이 혼자 사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사소한 고장이나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우린 그 부분을 해결하면서 그분들의 노후를 안전하고 편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보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청송군 8282민원처리팀은 올해 1월 10일 개설된 뒤 1천여 건의 지역 민원을 해결했다. 이 중 80%가 고령자였고 나머지 10%는 기초·차상위·장애인 등으로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지역민들에게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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