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도착 전 30~40% 사망 '대동맥 파열'

노화, 동맥경화증 등으로 혈관 탄력 떨어지면서 발생
대부분 무증상…건강검진, 다른 질병으로 검사하다가 우연히 발견
대퇴부로 삽입하는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수술 시간, 합병증 위험 줄여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경북대병원 제공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경북대병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대동맥류 환자는 2017년 2천179명에서 2021년 2천960명으로 5년간 약 36% 증가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서울, 부산을 제외한 시도 중 대구경북의 대동맥류 환자가 가장 많은 상황이다.

대동맥류는 대동맥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파열된 복부 대동맥류 환자의 30~40%가 병원 도착 이전 사망하며, 전체 환자 중에서는 최대 90%까지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대동맥류는 대부분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매일신문은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동맥류의 위험성과 증상,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살펴봤다.

◆대동맥류란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이 온몸을 순환할 때, 중요한 길이 되는 혈관이다. 혈관 중 가장 큰 혈관이라는 의미에서 큰 대(大) 자를 쓴다. 혈액이 지나가는 우리 몸 안의 가장 큰 상수도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동맥류의 '류'(瘤)는 혹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동맥이 커져서 혹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동맥을 비롯한 혈관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늘어난다. 즉 대동맥류라는 진단명을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대동맥 확장증'이라고 할 수 있다.

◆ 대동맥류의 원인은?

대동맥이 커지는 가장 주된 원인은 '노화'다. 노화가 시작되면 혈관 벽 자체가 탄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같은 혈압이라도 그 혈압을 견뎌내는 혈관 벽이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면서 이차적으로 혈관이 확장될 수 있다.

동맥경화증도 대동맥류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맥경화증은 혈관 벽 안에 여러 이물질이 쌓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혈관의 탄력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동맥경화증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다.

안타깝게도 대동맥류가 발생한다고 해도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래서 대동맥류는 건강검진 혹은 다른 건강 문제로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은 풍선과 비슷해서, 어느 정도의 임계치를 넘어 늘어나게 되면 풍선이 터지듯 혈관이 찢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를 대동맥 파열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환자는 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 대동맥
정상 대동맥

◆의심 증상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대동맥류 환자는 혈관이 커지는 자체로는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혈관이 커지며 그 주변의 다른 장기들을 압박하면서 간접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가슴 부위의 대동맥이 많이 커져 있을 경우, 성대로 가는 신경을 압박해 성대 기능이 떨어지고 쉰 목소리가 날 수 있다. 또 대동맥류가 식도나 기관지를 누르게 되면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 느껴지거나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장을 압박하면 소화기능 저하나 구토, 구역질이 잘 생길 수 있고, 요관을 압박하게 되면 요관이 부분적으로 폐쇄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동맥이 약간 찢어지면서 커지는 경우 통증이 아주 심할 수 있다. 칼로 베이는 듯한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마른 사람의 경우 복부 대동맥류가 커지면 배 안에서 박동이 느껴지는 혹이 만져질 수 있다.

◆대동맥류의 치료법은?

복부나 흉부 대동맥의 지름이 5~5.5cm 이상이면 파열 위험성이 상당히 높으며,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다. 지름이 그 이하일 경우 수술을 진행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대동맥 크키가 더 커지지 않는지 경과를 관찰한다. 보통 CT, MRI,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대동맥류를 관찰하며, 대동맥 크기가 더 커지지 않도록 약물치료를 보조적으로 진행한다.

◆수술·시술을 하는 경우는?

대동맥류를 발견했을 때 혈관 크기가 5~5.5cm 이상일 경우에는 수술이나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대동맥은 우리 몸 안에 꽤 길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수술로 접근하고자 하면 절개 부위가 상당히 커지며, 수술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합병증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스텐트 그라프트를 활용한 시술법이 많이 사용된다.

스텐트 그라프트는 금속으로 된 그물망과 그 그물망을 둘러싼 직물로 구성된 인조혈관인데, 대퇴부에 있는 혈관을 통해 대동맥류가 있는 부위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술이 진행된다.

이 방법은 수술을 받기에 연령이 높거나 지병이 있어 전신 마취가 어렵고, 수술을 하더라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등 개복수술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의 장점은?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하게 되면, 시술 시간이 상당히 짧아지며, 보통 1~2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마취 시간이 줄어들고, 수술과 관련된 여러 위험이 모두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신 마취나 수술에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장점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이 오래가면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제는 스텐트 그라프트 등 합병증으로 인한 위험을 덜 수 있는 최신 치료 옵션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시술이나 수술 모두 보험 적용이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인한 비용 부담은 적다. 수술이나 시술에 걸리는 시간과 합병증 등을 고려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김근직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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