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기사가 뽑은 포항10味 맛집] <6>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 '유림식당'

구룡포 주민들 술안주나 해장으로 먹던 음식이 전국적 유명세
정수리에 땀 날 정도의 칼칼하고 얼큰한 맛의 세계로

푸짐하게 담겨 조리된 포항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 식당의 모리국수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푸짐하게 담겨 조리된 포항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 식당의 모리국수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경북 포항 구룡포의 향토음식인 모리국수. 생선과 갖은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우려낸 국물과 칼국수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에 절로 눈이 크게 떠진다.

모리국수는 구룡포 주민이라면 누구나 집에서 끓여 먹던 것이라고 한다. 뱃사람들이 팔고 남은 생선을 모아 끓여 먹었던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정설은 아니다.

집집마다 술안주나 해장용으로 먹던 음식이다 보니 맛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구룡포에 모리국수 음식점이 많아도 저마다 맛이 각양각색이다.

맛처럼 모리국수라는 이름도 생선 등 재료를 한데 '모디(모아의 경상도 방언)'서 여럿이서 냄비 째로 먹는다고 붙었는지, '풍성하다' 등의 일본어와 합성어인지 등 해석이 다양하다.

확실한 건 이 맛을 보려는 손님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그중 포항 택시기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점 2곳에선 진정한 모리국수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까꾸네 모리국수

푸짐하게 담겨 조리된 포항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 식당의 모리국수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푸짐하게 담겨 조리된 포항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 식당의 모리국수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먼저 소개할 집은 57년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까꾸네 모리국수'이다. 10여 년 전 배우 최불암 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리국수를 소개할 때 음식을 제공한 곳이 이 집으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지자체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시누이집 마당에 판잣집 만들고 양철지붕을 덮어 시작한 장사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가게는 1979년도 7월 마련해 현재까지 장사하고 있다.

메뉴는 모리국수 단일품으로, 특이하게도 '밥'은 따로 팔지 않는다. 밥을 먹고 싶으면 집에서 싸가던가, 편의점 등에서 햇반을 사 와야 한다.

맛의 비결은 역시 '재료'이다. 이 집의 모리국수 최초 재료는 명태였다. 동해안을 따라 그렇게나 많이 잡히던 명태가 씨가 마른 뒤 대체 생물로 아귀를 써왔지만, 지난해 태풍 힌남노 이후 아귀도 잡히는 양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재료는 명태 코다리이지만, 육수를 낼 때는 아귀를 써 맛을 내는 것이 이 집의 비결 중 하나다.

신선한 재료를 바로 앞바다에서 구해다 쓰는 데다, 50년이 넘는 세월 쌓인 노하우가 음식에 모두 들어가 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모리국수를 먹으려면 조금은 서둘러야 한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나 3시 30분에 장사가 끝난다.

까꾸네 모리국수 이옥순(79) 사장. 배형욱 기자
까꾸네 모리국수 이옥순(79) 사장. 배형욱 기자

사장 이옥순 씨가 아들과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79세의 고령이다 보니 오래 음식을 만들 수 없어 점심장사만 하고 문을 닫는다. 아들이 같이 장사를 한지는 13년째다.

이옥순 씨는 "성심성의껏 장사를 한 것 밖에 없는데 이렇게 손님들의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는 손님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유림식당

구룡포 모리국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유림식당'이다. 까꾸네 모리국수와 달리 이곳은 미역치라는 생선으로 맛을 낸다. 머리 정수리에 땀이 맺힐 정도의 얼큰하고 칼칼한 맛은 '모리국수'를 제대로 먹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유림식당 이윤희(61) 사장. 배형욱 기자
유림식당 이윤희(61) 사장. 배형욱 기자

이곳은 특이하게도 문을 연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리국수를 찾는 손님으로 붐빈다. 원래 고래고기 등을 팔고 있던 식당을 현재 사장인 이윤희(61) 씨가 인수를 하게 되면서 현재의 메뉴로 바뀌었다.

이 씨는 7년 전쯤 구룡포시장 안에서 '모리국수'를 팔다 지금의 가게로 옮겼다고 한다.

가게의 전통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 씨의 손맛은 깊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늘 먹던 모리국수였고, 그렇다 보니 만드는 법도 그냥 익혀졌다. 자연스럽게 가장 잘하는 음식도 모리국수가 됐다"며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유림식당 전경. 배형욱 기자
유림식당 전경. 배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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