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1분기 디레버리징에도 취약차주 대출은 1조2천억원 증가

한국은행 '가계대출 현황' 자료
취약차주 대출잔액 1년 새 93조6천억원→94조8천억원 증가
가계대출 잔액은 1천869조7천억원→1천845조3천억원 감소

2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현재 약 300만명의 가계대출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겨운 상태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2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써붙어 있다. 현재 약 300만명의 가계대출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겨운 상태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금리 인상 등으로 전체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동안 취약차주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94조8천억원이다. 1년 전(93조6천억원)보다 1조2천억원 늘어난 숫자다. 취약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7천495만원에서 7천582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1천845조3천억원으로 1년 전(1천869조7천억원)과 비교해 24조4천억원 줄었다. 1인당 잔액 역시 9천376만원에서 9천334만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021년부터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대출이 감소하는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 현상이 나타났지만 취약차주들은 반대로 빚을 더 낸 것이다.

취약차주는 세 군데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이른다. 취약차주는 금리 인상기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건전성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나빠지고 있다. 1분기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7%로, 1년 전(0.5%)보다 0.2%포인트(p) 높아졌다. 한은이 시산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신규 연체 차주와 신규 연체 잔액에서 취약차주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58.8%, 62.8%였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늘어난 가계대출 연체채권은 주로 취약차주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취약차주와 비은행 금융기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어 가계대출 연체율도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며 "2020∼2021년 저금리 환경, 정책 지원 조치로 잠재돼 있던 가계대출 부실이 현재화하면서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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