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속도감 있는 액션에 첩보물의 긴장감까지…‘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카체이싱, 오토바이 질주 등 액션감 여전
그레이스 등 여성 캐릭터 활약 돋보여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장인들의 솜씨가 물씬 풍긴다. 밧줄을 매달고, 거리를 재고, 점프를 하는, 위험천만한 현장의 그 장인들이다. 그 어떤 상상도 영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그들이 보여주는 모험을 '아날로그 액션'이라고 부른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은 이 아날로그 액션이 전통 첩보물과 결합되면서 고강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려준다. 1편이 나온 지 27년, 그 시리즈가 7편에 이르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베링해 수면 아래 잠수함을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잠수함이 대치하다 서로에게 어뢰를 발사한다. 그러나 상대의 잠수함이 스크린에서 사라지며 내가 쏜 어뢰가 나에게 돌아온다. 수많은 잠수함 승조원의 시체가 차가운 얼음 아래에 떠오른다. 격침된 잠수함은 러시아의 세바스토폴. 이런 참사를 일으킨 것이 이 영화의 빌런, 인공지능 엔티티다.

전통적인 오프닝이다. 마치 예전 007 영화의 오프닝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어 긴박감 넘치는 시그니처 테마곡이 가슴을 흥분시킨다.

영화의 제목 '데드 레코닝'은 출발점에서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여 현재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번 영화의 빌런이 디지털 기술이란 것을 드러내고 있다. IMF의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맡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의 임무)은 엔티티를 통제할 수 있는 열쇠를 찾는 것이다. 엔티티는 전 세계 안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상황에 따라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3차 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는 가공할 무기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미션 임파서블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액션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아라비아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영국 첩보부 MI6 출신 일사(레베카 퍼거슨)가 두 개의 열쇠 중 하나를 가지고 있고, 이를 두고 헌트와 함께 현상금 사냥꾼과의 대결을 펼친 것이다.

이외 이탈리아 로마의 골목을 질주하는 카체이싱, 열차 액션과 오토바이 질주 등 여러 액션신이 등장한다. 이전 시리즈의 액션이 규모와 스펙터클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유머가 가미된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한다. 물론 충격파나 역동적인 속도감은 여전하다. 특히 마지막 추락하는 열차에서 펼치는 액션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하나 차이점은 전통 첩보물의 긴장감을 가미한 것이다. 스펙터클한 액션의 사이즈 보다는 쫓고 쫓기는 치밀한 서사에 공을 들인 것이다. 1편의 IMF 국장 키트리지(헨리 처니)의 복귀나 뜬금없이(?) 헌트를 쫓는 미 정보국 요원 콤비 등 새로운 얼굴도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는 여성 캐릭터가 돋보인다. 5편부터 등장한 일사 외에 이번에 새로 가세한 귀여운 도둑 그레이스(헤일리 앳웰)가 극 전체를 관통하며 헌트와 호흡을 맞춘다. 이외 무기 브로커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와 악당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의 부하 파리(폼 클레멘티에프)까지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과 역할이 도드라진다.

선악의 편을 넘어 각자가 모두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캐릭터 연구가 아주 잘 돼 보인다. 이 바람에 헌트의 조력자인 벤지(사이먼 페그)와 루터(빙 라메스)의 비중이 줄어들었는데, 이 또한 적절한 안배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톰 크루즈의 헌신적(?) 포지션이 8할을 차지한다. 톰 크루즈는 4편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외벽을 뛰어다니고, 5편 로그네이션(2015)에서는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맨몸 스턴트 투혼을 펼치기도 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영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한 장면.

이번 작품에서는 네덜란드 '트롤의 벽'을 오토바이로 점프하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점프하는 순간 무음으로 처리되는데, 이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의 역대급 오프닝을 연상시키기면서 숨을 멎게 만든다.

톰 크루즈의 이런 기행(?)은 우려와 함께 경이로운 액션 대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현장의 긴장감을 몸소 실천해서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이것이 무성영화 시대 버스터 키튼(1895~1966)이 추구했던 것이고,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탑건: 매버릭'(2022)에서도 빛을 발했지 않은가.

이번 작품은 파트 원으로, 파트 투는 내년에 개봉 예정이다. 2편을 위한 '떡밥'도 뿌려져 있는데, 헌트가 IMF에 들어오기 전 악당 가브리엘과의 원한이다. 헌트는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사랑하는 여인도 떠나보낸 비운의 남자다. 그런 그가 IMF의 신화가 시작되기 전 가브리엘에 의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기억을 떠올린다. 파트 투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며, 심해에 침몰해 있는 잠수함 세바스토폴을 배경으로 펼쳐질 수중 액션도 기대된다.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연출 이전에 각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전설적인 '유주얼 서스펙트'(1996)가 바로 그의 각본이다. 특히 '작전명 발키리'(2009), '잭 리처'(2013),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탑건: 매버릭'(2022) 등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의 각본을 많이 썼다. 163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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