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난동범 "작은 키에 열등감…범행 계획 뒤 폰 초기화"

'흉기 미리 준비해 택시 탑승' 이어 계획 범죄 정황 추가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모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가 골목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33·구속) 씨가 "범행 뒤 스마트폰을 초기화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조씨가 범행 전날인 20일 오후 5시쯤 자신의 아이폰XS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으로 파악했다. 포렌식 결과 같은 날 오후 5시58분부터 브라우저 등 사용 기록이 남아있지만 사건과 관련 있는 검색이나 통화·메시지·사진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를 미리 준비해 택시를 타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정황에 더해 '계획 범죄'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조씨는 범행 당일 할머니 집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2점 훔쳐 택시를 타고, 범행 장소인 신림역 4번 출구로 향했다.

그는 "당일 인천 집을 나설 때부터 범행을 염두에 뒀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려고 독산동 집에 들렀는데 하필 그때 '왜 그렇게 사느냐'고 말을 해서 더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당시 할머니는 조씨가 일을 하지 않는 점을 꾸짖었다고 한다. 조씨는 할머니 집을 나와 흉기 2개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신림동에 가서 흉기난동을 벌였다.

또한 조씨는 작은 키 등에 컴플렉스를 느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경찰에서 "남들보다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피해자 성별을 가리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경찰은 조씨 진술을 토대로 경제적 여건, 신체조건 등에 대한 복합적 열등감이 범행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씨의 의료기록을 조회한 결과 2018년 1월부터 범행 당일까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기록 조회가 가능한 2013~2017년 병력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조씨는 이날 오후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받았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다. 모두 20문항으로 이뤄졌으며 40점이 '만점'이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열흘 정도 걸린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로부터 80여 미터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살인미수)로 구속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오는 2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조씨 이름과 얼굴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 이달 30일 구속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오는 28일 조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