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태풍 카눈 휩쓸고 간 생채기가 이렇게 클 줄이야…군위 부계면 묘목농장 자갈밭으로 변해

3만2천여 본 묘목 전부 매몰…농장주 망연자실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신화1리 하나과수묘목영농조합 직원 조우길 씨가 남천 제방이 터져 자갈밭으로 변한 묘목농장을 가리키고 있다. 이희대 기자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신화1리 하나과수묘목영농조합 직원 조우길 씨가 남천 제방이 터져 자갈밭으로 변한 묘목농장을 가리키고 있다. 이희대 기자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주먹만한 돌과 흙, 모래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6호 태풍 카눈이 남긴 생채기가 속속 드러나면서 대구시 군위군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2일 군위군 부계면 신화1리 하나과수묘목영농조합. 1만560㎡(3천200평)의 묘목농장에는 지난 4월 식재한 사과 묘목은 온데간데 없고, 돌과 흙, 모래로 가득 차 마치 하천의 자갈밭을 방불케 했다.

지난 9, 10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팔공산과 부계면 일대에 200mm의 폭우가 쏟아져 묘목농장 경계에 있는 남천 제방이 50m 가량 유실돼 강물이 묘목농장을 휩쓸었고, 3만2천여 본의 사과나무 묘목은 순식간에 흙과 돌, 모래 속에 파묻혔다.

하나과수묘목영농조합 권준형 팀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무병화묘를 포함, 경상북도에서 미래형과원으로 추진하는 2축묘 등을 지난 4월 식재해 내년 3월 굴취할 예정이었다"면서 "판매 가격은 1본당 1만5천~2만원으로 총 피해 예상액은 약 5억5천만원에 이른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과수묘목영농조합 직원 조우길(30) 씨도 "식재한 사과나무 묘목은 내년 4월 주문자들에게 납품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어 그저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늘을 원망했다.

그러면서 "얼핏 눈으로만 확인해도 묘목농장이 1m 정도 매몰된 것으로 보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신화1리 이남순 씨 자녀들이 남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주택을 정리하고 있다. 이희대 기자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 신화1리 이남순 씨 자녀들이 남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주택을 정리하고 있다. 이희대 기자

묘목농장 바로 옆에 혼자 살고 있는 이남순(78) 할머니 주택도 침수돼 자녀들이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남순 씨는 "10일 오후 1시 10분쯤 남천 제방이 터지면서 강물이 집으로 들이닥쳐 옥상으로 피신해 있다가 119구조대원 등에 업혀 밧줄을 타고 탈출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면서 "지금도 그 충격으로 머리가 아프다"고 급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의 자녀들은 "주택 바로 옆으로 도랑이 생겨 굴삭기 등 장비가 없으면 복구하기 어렵다.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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