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노인 비하 발언 또 나온다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우물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하고 고마워하는 게 당연하지만 인간 세태는 반대다. 우물의 물을 마시고서는 감사는커녕 물맛이 좋지 않다거나 우물이 작다며 타박을 늘어놓는다. 우물에 침을 뱉는 짓거리도 비일비재하다.

임기를 끝내고 물러났지만 김은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을 접하면서 음수사원을 떠올렸다. 김 전 위원장은 '남은 수명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망언을 했다. 여생이 짧은 노인은 자신의 생애만 생각한 단견(短見)을 갖고 젊은 층에 악영향을 주는 투표를 할 것이란 뜻을 담았으니 질타를 받아 마땅했다.

민주당의 노인 비하 발언은 툭하면 반복된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고 했다.

노인 비하 발언을 쏟아 내는 민주당 인사들 사고의 기저(基底)엔 노인 세대에 대한 분노, 적개심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 세대가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말라고 하고, 자리를 맡지 말라고 하고,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망언을 하는 것이다.

우물물을 실컷 마시면서도 우물을 판 사람을 욕하는 행태도 문제다. 가난에 허덕이던 나라를 세계 경제 강국으로 만든 것은 노인 세대의 공이 지대했다. 그 덕분에 풍요를 만끽하면서도 노인 세대를 비하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다. 노인 비하 발언을 하는 인사들의 뇌리엔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는 잘못된 역사관도 똬리를 틀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추정하건대 민주당 인사들의 노인 비하 발언은 또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음수사원은 백범 김구 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을 존경한다고 떠들던 민주당 인사들이 음수사원에 반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 '청년층 표를 얻겠다고 노인 세대를 때리는' 민주당 인사들은 김구 선생에게 호통을 들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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