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성적표 받아든 올 여름 한국영화 빅4…누가 울고 웃었나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신선한 소재 눈길
‘더 문’, ‘비공식작전’ 익숙한 스토리에 흥행은 실패

'밀수'의 한 장면.
'밀수'의 한 장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한 장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한 장면.

올 여름 기대한 한국영화 빅4.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지난 해 '외계+인'을 시작으로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이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것처럼 올해도 한국 영화 네 편이 기대 속에 개봉했다. 이제 흥행의 갈림길에서 성적표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웃었고,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울었다. 왜 이런 결과를 맞았을까. 무엇이 살렸고, 무엇이 부족했을까.

◆신선한 소재로 눈길…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지난 23일 현재 479만8천527명의 관객을 모아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일단 손익분기점 400만명을 넘어 올 여름 빅4 중에 가장 먼저 웃었다.

'밀수'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김혜수, 염정아가 투톱으로 출연한 해양 액션 활극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밀수꾼들의 시원한 수중 액션을 선사했다. 해녀들이 밀수에 뛰어드는 색다른 설정이다.

해양 액션 활극에 김혜수와 염정아라는 호감도가 높은 여배우를 기용해 새로운 볼거리를 주었다. 두 배우 아래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을 조연으로 포진시켰다. 류승완 감독의 특기인 액션과 매력적인 배우들의 조합,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스토리가 무더운 여름날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먹혀들었다.

특히 197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이 시기에 유행했던 노래들이 관객들에게 복고풍의 감성들을 터치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 제작비 200억 대의 여성 투톱 영화가 극장 흥행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이로써 류승완 감독은 2021년 '모가디슈'로 여름 극장가 사냥 성공에 이어 2연타를 치게 됐다.

빅4 중에 가장 늦은 8월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도 흥행에 파란불이 켜졌다. 23일 현재 290만명을 넘었다. 개봉 2주차 주말 48만명을 동원하며 '오펜하이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리며 흥행가도에 순풍을 더했다. 손익분기점인 410만명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영화의 틀을 가져와 한국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영화다. 재난이후 일어날 수 있는 한국형 아포칼립스를 한국인들에서 특히 각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랙코미디다.

재난영화의 통속성을 따르지 않은 것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간 승리나 가족애와 같은 진부함을 걷어내고, 신파도 넣지 않았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의 세 배우를 통해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것이 주효했다.

'더 문'의 한 장면.
'더 문'의 한 장면.
'비공식작전'의 한 장면.
'비공식작전'의 한 장면.

◆기시감이 외면으로… '더 문', '비공식작전'

'더 문'의 흥행 실패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국 영화의 시각특수효과 기술력으로 우주를 실감나게 묘사했지만, 한국 SF영화 잔혹사만 기록하게 됐다. '더 문'은 23일 현재 50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손익분기점 500만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신과 함께'로 '쌍천만 흥행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의 신작치고는 참혹한 결과다. 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기시감이 가득한 설정에 '한국형 신파'의 남발이 결국 관객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우주에 홀로 남게 된 대원을 구한다는 설정은 이미 할리우드 영화에서 즐겨 써먹은 설정이고 소재이다. 지나치게 익숙한 신파 스토리에 눈을 돌려버린 것이다.

기시감 때문에 관객들이 흥미를 잃어버린 것은 '비공식작전'도 마찬가지였다.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은 잘 만든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평점도 높았다. 그러나 흥행의 파도를 일으키기에는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

'비공식작전'은 1987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해 파견된 외교관과 현지에서 만난 택시운전사가 벌이는 스릴러 액션영화이다. 우직한 공무원과 사기성이 농후한 택시운전사가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성장하는 스토리다.

이런 캐릭터를 투톱으로 내 세운 영화가 지난해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교섭'이었고, 외교적 실화라는 측면에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2021)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비공식작전'은 이런 유사성을 벗어나기 위해 원래 제목 '피랍'을 '비공식작전'으로 변경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한계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비공식작전'은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객 100만명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당초 목표인 600만명은 불가능한 수치가 되고 말았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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