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대형 안과 주차장 이용객들은 혼란스러워보였다. 주차장에 쓰인 '출구' 화살표가 무색하게 해당 방향으로는 차단봉이 설치돼 있어 출차가 불가능했다. 이들이 '입구' 표시가 적힌 화살표 반대방향으로 차를 돌리자 주차 안내를 맡은 직원 둘은 주차장 앞뒤를 뛰어다니며 입차하는 차량과 출차하는 차량이 뒤엉키는 걸 막았다. 때로는 입차하려던 차량이 후진해 나가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대형 안과 주차장 출구와 연결된 사도(私道)를 땅주인이 막으면서 안과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차량 통행을 막은 건 인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 출구 방면에서 차량 시야확보가 어려워 안전상 조치라는 입장이다.
길이 30m, 폭 3m 남짓한 이 사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 길을 사이에 둔 부지에 지난해 11월 8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빌딩 신축공사가 촉발시킨 모습이다. 공사장 펜스가 설치된 후 출구 방면 운전자 시야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안과와 같은 블록에 있는 약 600가구 규모 아파트 측은 이곳 출차 차량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며 안과 주차장과 자신들의 사도가 접하는 곳에 차단봉을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 아파트 측이 요구한 조치의 핵심은 도로 합류 지점 차량 통제 요원 상시 배치였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안과에 관련 공문을 보낸 후 이달 10일쯤 차단봉을 설치했다.
안과 측은 아파트 측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안과 측 관계자는 "이용객들에게 출차 시 각별히 주의해 천천히 나갈 것을 철저히 당부하고 있었다"며 "오히려 차량교행이 안되는 입구를 출구 겸용으로 쓰면서 불편과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또 "아무리 사유지라지만 지목상 도로로 지정돼 있는 곳에 차량통행을 막아서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6년 전 개원한 이곳 안과 건물에는 안경점, 약국 등이 함께 들어와 있고 하루 평균 이용 차량수만 250~300대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통행을 차단한 아파트 관계자는 "애초에 병원이 건축허가를 받았을 때는 입구와 출구를 같은 곳으로 썼다. 주차장 매입 후 새로 만든 출구를 못 쓰게 됐다고 불편을 주장하는 병원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행자까지 통행을 못 하도록 막은 것도 아니고, 병원 주차장 이용 차량만 못 나오게 막은 것인데 '사도 폐쇄'라고 표현하는 것도 어폐가 있다. 병원 측이 안전을 확보할 인력만 추가 배치했어도 통행을 막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수성구청은 안과 측에서 관련 민원을 접수받았으나 개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명목상 도로긴 하지만 사유지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협의, 조정해 민사적으로 해결할 문제로 보고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