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 달라도 달빛 아래 한마음…지역 이주민, 추석 맞아 달토끼에 소원 빌었다

비오는 날씨에도 계명한학촌 채운 이주민 60여명
달토끼에 소원 빌고 전통 공연 관람…"타임 머신 타고 온 듯"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 대구 달서구 계명한학촌에서
지난 21일 오후 5시 30분 대구 달서구 계명한학촌에서 '달빛이 빛나는 이주민이 좋다(달빛이 좋다)' 행사가 열렸다. 윤수진 기자

"달나라에서 온 달토끼님,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21일 오후 5시 30분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계명한학촌에서는 추석을 맞아 지역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서로 다른 피부색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청사초롱을 들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지만 지역 이주민 약 60명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에 열린 '달빛이 빛나는 이주민이 좋다'(달빛이 좋다) 행사는 달서구가 주최하고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과 계명대학교 국제처가 주관했다. 타지 생활을 하는 이주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가장 먼저 진행된 행사는 '달토끼에게 소원 빌기'였다. 명절이지만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주민들은 두 손을 모아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우미다(40) 씨는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달서구민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달토끼 앞에서 춤을 선보인 박다니(7) 양은 "대한민국 1등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오늘 제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아 기쁘다"고 씩씩하게 밝혀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후 한국 전통무용인 화선무 공연이 시작됐다. 러시아에서 온 굴나즈(25) 씨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추석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오늘 체험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달빛을 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감상 소감을 전했다.

공연이 끝나자 어른들은 전통주를 빚고 아이들은 전통 과자를 만드는 체험이 진행됐다. 한국에 온 지 4년 차가 된 류팅팅(34) 씨는 "전통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처음인데 재밌다"며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서 쌀강정을 만들던 류 씨의 딸 김석영(4) 양은 "지금 4개째 만드는 중인데, 모두 엄마와 아빠에게 주려고 한다"며 투명한 포장지에 과자를 넣은 후 작은 손으로 흔들어 보였다.

이 외에도 ▷한학촌 선비교 일대 야행 ▷우즈베키스탄 전통 공연 ▷강강술래 안무 배우기 등이 이어지며 행사는 오후 9시까지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김병우 달서구성서종합사회복지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에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한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족이 모여 전통주 빚기, 쌀강정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윤수진 기자
지역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족이 모여 전통주 빚기, 쌀강정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윤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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