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조고와 통계 조작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조작 범죄자'는 중국 진(秦) 환관 조고(趙高)이지 싶다. 진시황이 갑자기 병사하자 조고는 황제의 조서를 조작해 큰아들 부소와 몽염 장군을 자결하게 하고 막내아들 호해를 2대 황제로 옹립했다. 허수아비 황제를 앉혀 놓고 조고는 진시황 자식들 24명, 승상 이사를 죽이고 승상에 올라 권력을 맘껏 휘둘렀다.

조고는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는 조작까지 했다. 어전회의에 사슴을 들여놓고서 조고는 "말을 바친다"고 했다. 황제가 "승상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라고 하자 조고는 "이것은 분명 말"이라고 우겼다. 조고의 권력에 공포를 느낀 대부분 신하들은 "승상의 말이 맞다"고 했지만 강직한 신하들은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고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한 신하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죽여 버렸다.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성어가 생긴 연원이다.

감사원이 통계 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경제수석, 국토교통부 장관,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감추려 부동산 가격, 소득·분배·고용에 관한 정부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통계 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와대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최종 수치가 예측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이유를 대라"는 식으로 압박해 통계 조작을 유도했다. 국토부는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 버리겠다"고 부동산원을 압박했다. 5년간 최소 94차례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발표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 와중에 미친 집값, 소득·고용 참사로 국민 고통이 가중됐다. 기업의 분식회계는 기업만 망할 뿐이지만 정부의 통계 조작은 나라를 망친다. 온갖 조작 범죄를 저지른 조고 때문에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은 진시황이 죽은 지 불과 4년 만에 멸망했다. 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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