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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풍성한 한가위, 빈곤한 지역 기업 취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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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추석 연휴 직전에는 일감이 몰립니다. 인력이 필요해 한참 전 구인 공고를 냈는데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며칠 전 만난 대구 서대구산업단지 한 섬유업체 대표 A씨의 한탄이다. A씨는 "일감은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 어렵게 인력을 구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권으로 가 버린다"며 "나고 자란 대구에서 사업을 꾸려 가고 싶지만,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드니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인구 순유출은 1만1천519명으로 20대가 6천533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구의 순유출 원인 1순위는 '직업'이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지역을 떠나는 이유로 직업을 들었다.

대구의 젊은이들은 특히 서울이나 인천, 경기 등 수도권으로 집중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선택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근로소득이 수도권(4천749만 원) 대비 대구(3천488만 원)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을 졸업한 뒤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B씨는 "대구가 고향이고 부모님도 대구에 계셔서 이곳에 있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며 "지역이 싫어서가 아니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역 기업 역시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 다만 임금을 수도권 수준으로 맞춰 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A씨는 "사정이 어려우니 임금을 올리기 어렵고, 양질의 인력은 빠져나가고, 다시 사업은 힘들어지는 악순환"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 나가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자가 만나는 지역 기업인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인재 채용'이란 답이 돌아온다. 최근 만난 성서산업단지 한 소비재 기업 대표 C씨 역시 "회사가 성장하려면 좋은 인재를 계속해서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어렵다"며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이는데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지역 기업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대구 지역 청년 구직자 일자리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구 지역 청년 구직자들의 70%는 '중소기업이라도 취업 의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대구상의는 "코로나 시기부터 이어진 취업 한파와 물가 상승, 불경기 등으로 청년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나 해당 조사에서도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청년 구직자들은 지역 중소기업에 대해 ▷업무량에 비해 낮은 임금과 복지(71.8%) ▷낮은 취업문(35.9%) ▷이직을 위한 경력 쌓기(34.5%) ▷낮은 고용 안정성(32.3%) 등의 인식을 보였다.

중소기업 취업 의향이 있다는 최근의 인식 변화는 진심의 발로이기보다 현실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얘기가 된다. 청년이 대구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기업의 근무 여건 향상은 기본이고, 구직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과 비전을 개발해야 한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다가오는 한가위, 지역 기업의 인재 채용이 빈곤함을 넘어 조금씩 풍성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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