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쪼그라드는 TV 드라마…고육책으로 꺼내든 '주1회 편성' 속속

'국민사형투표'·'오늘도 사랑스럽개' 등 한주에 한편
OTT 등장·제작비 상승에 "대안책"…"몰입 어렵다" 시청평도

SBS '국민사형투표' SBS 제공
SBS '국민사형투표' SBS 제공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MBC 제공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MBC 제공

월화·수목·금토드라마, 그리고 주말드라마까지. TV만 켜면 매일 다른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던 때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평일에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손에 꼽힌다.

미니시리즈 가운데 수목극이 가장 먼저 TV 편성표에서 밀려났다. 지상파 3사 모두 일찌감치 수목극을 폐지했고, tvN도 지난 5월 종영한 '스틸러: 일곱 개의 조선통보' 이후 수목극 편성을 잠정 중단했다.

이제는 월화드라마까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재 매주 월·화요일 방송되는 드라마는 KBS 2TV '순정복서',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두 편뿐이다.

29일 방송가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 제작비 상승, TV 광고 침체 등의 이유로 고전하는 방송사들이 미니시리즈 편성을 줄이는 가운데 이마저도 작품 당 주 2회 방송에서 주 1회로 축소하고 있다.

현재 방송되는 SBS '국민사형투표'는 매주 목요일 방송된다. 가면을 쓴 채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국민 사형투표를 진행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정체 미상의 '개탈'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청률 4.1%로 출발한 '국민사형투표'는 첫 회 시청률을 넘지 못하고 3∼4%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방송된 7회 시청률은 3.1%였다.

주 1회 편성이 저조한 시청률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범죄 수사물 특성상 빠른 전개로 몰입감을 높이는 게 관건인데, 편성 때문에 전개가 더디게 느껴진다는 시청평이 나온다.

"주 2회 방송했으면 시청률이 훨씬 잘 나왔을 것 같다", "일주일에 60분으로는 몰입하기 어렵다", "얘기가 뚝뚝 끊기는 게 싫어서 그냥 종영 전에 몰아볼 생각이다" 같은 반응이다.

MBC도 새 드라마를 주 1회로 편성했다. 다음 달 11일 방송되는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수요일마다 방송된다.

독특한 소재, 원작의 인기, 탄탄한 배우 라인업은 기대를 모았지만, 주 1회 편성을 시도한 드라마 중 흥행 사례를 찾기 힘들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KBS 2TV '이미테이션', JTBC '알고있지만,', TV조선 '마녀는 살아있다' 등은 시청률 1%를 간신히 유지하다 퇴장했고, 시즌3에서 주 1회 편성한 SBS '펜트하우스'도 이전 시리즈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회당 100분 편성이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예외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주 1회 편성은 사실상 고육책"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제작비 대비 가성비가 낮은 드라마에 평소대로 계속 투자할 수도, 그렇다고 편성표에서 드라마를 아예 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어쩔 수 없이 '주 1회 편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한국에서 주 1회 방송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좋은 작품이더라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정이 어려워진 방송사들이 피해를 감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주 1회 편성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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