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출장 소통의 신’, 나영석표 게임 예능의 단합 대회 버전

tvN ‘출장 소통의 신’, 단합 빙자한 편 가르기 게임 예능의 묘미

tvN '출장 소통의 신'. tvN 제공
tvN '출장 소통의 신'. tvN 제공

나영석 사단이 가져온 tvN '출장 소통의 신'은 어딘가 익숙하다. 나영석 PD가 유튜브에서 해왔던 '출장 십오야'나 게임 예능 '신서유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심지어 '1박2일'의 느낌이 묻어나기도 한다. 어딘가 하이브리드된 이 예능의 정체는 뭘까.

◆이서진과 나영석 PD의 '티키타카'

tvN '출장 소통의 신' 서진이네편은 먼저 이 예능 프로그램의 전제처럼 '수평적 기업문화를 통해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준 서진이네 직원들'의 면모를 강조하며 시작한다. 그러더니 대뜸 '촬영 이후 변질된 기업 문화'라는 자막과 함께, 유튜브 채널 '나영석의 나불나불' 코너에 나왔던 정유미가 그들의 단톡방이 이서진에 의해 점점 '군대' 같아진다는 이야기를 붙여 넣는다. 그래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출장 소통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이 첫 번째로 서진이네의 단합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명분을 세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결국 명분일 뿐, 진짜는 특정 모임이나 단체를 데리고 '단합대회'를 가는 게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라는 걸 보여준다. 단합대회니 당연히 갖가지 게임들이 이어질 테고 그 좌충우돌의 순간들이 예능적 재미를 줄 거라는 걸 나영석 사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또 게임 예능이냐는 말이 나올 것도 잘 알고 있는 나영석 사단은 애써 이것이 '소통을 위한 단합대회'라고 강변하는 포인트로 웃으며 넘어가려 한다.

실제로 '출장 소통의 신'에서 이러한 콘셉트는 나영석 PD와 이서진의 밀고 당기는 티키타카에 의해 정확하게 구현됐다. 점심 식사를 두고 편을 갈라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나영석 PD의 말에, 프로그램이든 아니든 할 이야기는 똑 부러지게 하고 마는 이서진은 그 성격 그대로 투덜대며 쏘아붙인다. "우리들 편을 가르는 거야? 단합대회라면서 편 가르기를 하면 어떡해!! 처음부터."

그 투덜댐은 정확히 '출장 소통의 신'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실체는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짚어낸다. 그렇지만 이서진의 이런 톡 쏘는 말에 그저 무너질 나영석 PD가 아니다. 그는 다소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한 모습으로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아니. 들어봐. 일단 소규모 단합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둘을 붙이면 전체가 단합이 되는 거잖아요?"

진짜 단합을 요구하는 듯한 이서진의 모습과 단합을 빙자했지만 편을 나눠 치고받는 게임 예능의 맛을 꺼내려는 나영석 PD의 이러한 대결구도(?)는 '출장 소통의 신'이 앞으로 그려낼 예능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 게임 예능은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의 대결을 예고한다. 물론 게임은 출연진들이 나뉘어 하게 되지만, 그런 게임을 복불복으로 세우려는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각이 만들어질 거라는 것. 이건 어디선가 본 그림이다. 바로 '1박2일'의 틀이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을 팀을 나눠 복불복 게임을 시키고 누구는 먹고 누구는 굶으며, 누구는 야외취침을 해야 하는 그 상황을 겪는 와중에 새로운 구도가 생기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편이 나뉜 출연자들끼리의 대결이었지만, 왜 그런 가혹한 걸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각성한 출연자들이 제작진과 각을 세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끼리의 돈독함(?) 또한 만들어지는 구도가 바로 그것이다.

tvN '출장 소통의 신' 방송 캡처. tvN 제공
tvN '출장 소통의 신' 방송 캡처. tvN 제공

◆본격 하이브리드 예능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식전 행사'로 첫 단합대회를 떠나는 서진이네팀을 격려하기 위해 선물을 들고 이명한 에그이즈커밍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마치 이런 구도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 '1박2일'을 만들었던 PD기도 했던 이명한 대표는 제작진 전체가 복불복 게임으로 비 오는 날 야외취침을 했던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PD다. 오랜만에 촬영장에 나왔다가 복불복 게임에 져 야외취침을 했는데 아침에 보니 헛간 겸 개집에서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던 것.

당시 그 명장면이 탄생하게 된 것 역시 출연자와 제작진의 팽팽한 대결구도 덕분이었다. '출장 소통의 신'은 이처럼 이명한 대표의 등장만으로 그 때의 추억을 소환해내더니, 첫 번째 미션부터 먼저 퀴즈를 맞추는 팀이 차를 선택해 먼저 출발할 수 있다는 룰로 '1박2일'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출장 소통의 신'은 '1박2일'과는 사뭇 다른 경로로 확장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즉 '소통의 신'이라는 표현은 나영석 사단의 유튜브에서 먼저 등장했다. 즉 '서진이네' 촬영을 하고 나서 고생한 후배들을 위해 체육대회를 기획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직원들 간에도 어딘가 소통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해 이런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된 것. 사실 유튜브 '침착맨 라이브'에서 체육대회를 한다고 했을 때 이를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또 이를 유튜브 방송으로 정리해 내보내겠다 했을 때도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왔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고 끝내 이를 밀고 나가 조회 수 300만회가 넘는 '소통의 신' 첫 회가 탄생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소개된 '소통의 신2'는 '소통을 위해 MT를 가다'라는 부제를 단 MT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그러니 '출장 소통의 신'은 나영석 사단의 체육대회와 MT가 유튜브 버전으로 만들어진 것을 이제 '출장' 개념으로 확장시켜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출장' 개념은 나영석 PD가 기획사 등을 찾아가 연예인들과 게임을 하는 '출장 십오야'에서 나온 것이고. 그러니 프로그램은 '1박2일'의 색깔부터 '출장의 신', '출장 십오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유전자가 더해져 있다는 점에서 본격 하이브리드 예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tvN '출장 소통의 신' 방송 캡처. tvN 제공
tvN '출장 소통의 신' 방송 캡처. tvN 제공

◆유튜브로 가까워진 제작진들

'출장 소통의 신'에서 또 하나 주목할 건, 달라진 제작진의 면면이다. 이미 나영석 PD야 '1박2일' 시절부터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며 스타PD의 반열에 올랐고,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크리에이터로서의 면면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도 하는 인물이다. 또 이명한 대표도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이 얼굴을 드러내는 연출자 출신 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출장 소통의 신'에는 이들만이 아니라 '지구오락실'의 박현용 PD나 예슬 PD 같은 제작진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먼저 도착한 최우식과 뷔가 이게 무슨 콘셉트의 프로그램일까를 추리할 때, 나영석 PD가 박현용 PD가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드러냄으로써 만만찮은 게임들이 이어질 거라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지구오락실' PD로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자연스러운 소개가 가능해진 것인데, 이건 최근 들어 에그이즈커밍의 나영석 사단이 이제 나영석 PD만이 아닌 다른 연출자들 역시 카메라 앞에 전략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미 제작진과 출연진이 분리되던 시대는 지났고, 바로 그런 어우러짐에서야말로 비로소 진짜 리얼이 만들어진다는 걸 나영석 사단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 채널이 일상화되고, 나영석 사단 역시 유튜브 방송을 본격화하면서 제작진들의 크리에이터화는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무엇보다 나영석 PD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제작진들이 하나하나 인지도를 만들어낸다면 그만한 경쟁력도 없는 셈이다. '출장 소통의 신'은 그래서 그간 카메라 뒤편에 있던 나영석 사단의 제작진들 역시 카메라 앞으로 끄집어냄으로써 일종의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의 소통(?) 또한 꾀하고 있다고 보인다. 달라진 시대에 맞는 나영석 사단의 적응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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