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김응주 구미경찰서 인동파출소 경사의 선배 고 장호기 경감

'솔선수범하시는 모습, 다양한 능력과 경험 배울 수 있었는데 그렇게 홀연히 떠나실 줄이야"

2020년 10월 경북경찰청 표창을 받았을 때 고 장호기 경감(사진 오른쪽). 고 장호기 경감 유족·구미경찰서 제공.
2020년 10월 경북경찰청 표창을 받았을 때 고 장호기 경감(사진 오른쪽). 고 장호기 경감 유족·구미경찰서 제공.

선배님, 저 김응주 경사입니다. 돌아가신 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난 6월에 경북경찰청 안에 있는 경북호국경찰추모공원에 선배님의 이름 석 자를 새긴 명패를 봉안한 뒤 선배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러던 중 경찰관으로서 귀감이 될 만한 삶을 살다 돌아가신 선배님을 한 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세상에 선배님처럼 열심히 일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경찰이 많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어 용기내어 펜을 들었습니다.

선배님과 제가 인동파출소에 부임한 시기는 같았지만 같은 팀으로 일하게 된 건 4개월 정도였습니다. 그 4개월 동안 선배님의 모습은 제게는 '제가 만난 최고의 경찰'이라고 할 만큼 멋지셨습니다. 항상 솔선수범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후배들이 파출소에 온 시민들을 대하다가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이 생기면 앞장서서 상황을 정리하고 후배들의 지친 마음도 달래주셨던 모습이 저는 항상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선배님에게 감동받았던 일이 하나 있습니다. "모텔 옥상에 어떤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였지요. 그 때 선배님은 옥상에 올라간 사람에게 이런저런 질문과 함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주의를 돌리시더니 바로 그 사람을 안고 에어매트 쪽으로 떨어지면서 목숨을 구했지요. 그 때 저는 선배님의 모습에서 순간적인 판단력과 대처 방법 등 경찰 생활하면서 가져야 할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선배님에 대해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2020년 10월 경북경찰청 표창을 받았을 때 고 장호기 경감(사진 오른쪽). 고 장호기 경감 유족·구미경찰서 제공.
2020년 10월 경북경찰청 표창을 받았을 때 고 장호기 경감(사진 오른쪽). 고 장호기 경감 유족·구미경찰서 제공.

그래서일까 선배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후배들이 감탄할 정도로 건강하셨었는데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그날은 선배님과 제가 함께 야간 근무를 했던 때였습니다. 하필 그 날은 신고 건수도 많아서 쉴 새 없이 출동해야 했던 날이었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 진통제를 드셨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근무 교대 후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머리가 멍해지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실 때만 해도 낚시 약속이 있다고 좋아하셨던 모습이 생생했는데 말입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죠? 선배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파출소 뿐만 아니라 제 마음에도 빈 자리가 크게 남았습니다. 전날만 해도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 한 순간에 사라지니 정말 마음 한 구석이 너무 허하더라고요. 그 때만 해도 저는 그 상황을 둘러싼 모든 게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하필 그 날 왜 신고는 많았던 것이며, 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만 자꾸 생겼는지….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몸 상태가 좋지는 않은 상태였는데도 끝까지 근무를 이어가셨는데 왜 나는 "몸 상태도 안 좋으신데 저희 후배들이 뒷일은 잘 정리할테니 걱정말고 휴식하십시오"라고 몇 번이라도 더 말씀드려서 쉬게 해 드리지 못 했는지…. 그 때는 모든 상황에 더해 저 자신까지 원망스러웠습니다.

하늘에서는 어떠십니까? 평소에 좋아하는 낚시 많이 하고 계시나요? 저는 선배님 생전에 보여주셨던 모습들 잘 기억하면서 선배님 같은 경찰이 되려고 계속 노력할겁니다. 계신 그 곳에서는 좋아하는 낚시 실컷 하시면서 편히 쉬세요. 또 사모님과 자녀분들도 잘 지켜봐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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