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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인증중고차 사업 본격화...영세업체 도산·차량 가격 상승 부작용 우려도

현대차그룹이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한 24일 대구 동부중고차단지. 고객들의 발길이 드물고 한산한 분위기다. 정우태 기자
현대차그룹이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한 24일 대구 동부중고차단지. 고객들의 발길이 드물고 한산한 분위기다. 정우태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영세업자 도산, 차량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기아는 미디어 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중고 전기차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중고 전기차를 포함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건 기아가 처음이다.

기아는 중고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국내 최초로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시행한다. 또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 대상은 신차 출고 후 5년, 10만㎞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제한한다.

현대차는 '현대·제네시스 인증 중고차'(Hyundai Certified·GENESIS CERTIFIED) 판매를 지난 24일 시작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혹은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중고차는 경남 양산시,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인증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에서 출고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 등록 후 차량 매집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는 자체 인프라를 구축했다. 출고 기간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매입해 차량 진단과 정비, 내·외관 개선작업을 실시한 후 품질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인증 중고차 판매는 모두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고객이 직접 차량을 살펴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나, '오감만족 서비스'를 마련해 단점을 보완했다. 차량 내외부를 가상현실(VR) 콘텐츠, 초고화질 이미지 촉감정보, 실내 공기 쾌적도를 수치화한 후각 정보, 타이어 마모 정보 등을 제공한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상승한 금리로 중고차 판매량 급감한데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시장 잠식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판매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대구 동부중고차단지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찬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대기업 진출을 앞두고 판매량이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뚝 떨어졌다"면서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취급하는 중고차는 신차에 가깝다. 양질의 제품을 독식하는 탓에 경쟁 자체가 어려운 구조다. 점검 항목도 크게 늘어 매입 비용이 같아도 실제 최종판매 가격은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고차 기존 업계는 자구책 마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최육식 대구광역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합장은 "대기업 진출에 대응해 조합 차원에서 작년 8월부터 인증중고차 제도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공제조합 설립 등 영세업자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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