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이두나!’, 올 가을 가슴 설레는 수지표 청춘 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 은퇴 아이돌과 대학생의 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한때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던 수지가 돌아왔다. 그간의 많은 작품을 통해 아이돌에서 배우로 꾸준히 성숙해온 그여서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는 첫사랑으로부터 한껏 성장한 수지의 가슴 설레고 저릿한 청춘멜로로 다가온다.

◆은퇴 아이돌과 대학생의 한국판 '노팅힐'

셰어하우스에서 자취를 시작한 원준(양세종). 그는 입주하는 날 1층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두나(수지)를 보게 된다. 어딘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두나. 그는 잘 나가던 아이돌 걸 그룹 드림스윗의 멤버였던 이두나다. 정점에 올랐던 그는 그러나 무대에서 갑자기 노래가 나오지 않는 대형 사고를 친 후, 이 셰어하우스에서 칩거 중이다. 자신을 길거리 캐스팅해 인기의 정점까지 끌어줬던 P(이진욱)는 마치 벌이라도 주듯 이 곳에 그를 칩거시킨 채 연락도 하지 않는다. 끝장 난 아이돌에 버려진 느낌까지 더해진 두나는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는 먼저 노래를 잃어버려 절망의 끝에 서 있는 두나라는 은퇴 아이돌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자꾸 셰어하우스에 새로 입주한 원준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극성팬으로 오인했지만, 눈 오는 날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두나를 응급실로 데려가 보호자 역할을 해주고, 발가락 양말까지 사서 챙겨주는 모습에 조금씩 그가 달리 보인다. 대부분 연예인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다른 목적으로 접근하곤 하는 사람들이었던 반면, 원준은 아무런 사심조차 없이 그를 대한다. 연예인이라서 시선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떤 선을 넘는 것은 자신에게 결국 상처로 돌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원준은 처음부터 두나에게 선을 긋는다. "혹시 저한테 반하셨나요? 이러지 마세요. 저 불편합니다. 솔직히."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두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웃는다. 두나는 원준에게 "나 절대 너한테 안 반해"라고 말해 불편함(?)을 없애주면서 "우리 친구하자"고 제안한다.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한다.

첫 장면에 슬쩍 보여진 것이지만 이 셰어하우스의 이름은 에이히루어(Aeiherumuh)다. 그리스어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다'라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치는 주문을 뜻한다. 그 에이히루어가 적혀진 셰어하우스 푯말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원하는 것을 하라.' 즉 두나와 원준은 그렇게 주문에 걸리듯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문구에 있는 것처럼 사랑한다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두나는 걸 그룹으로서는 은퇴했지만 연예계 활동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니다. 당분간 연락을 끊고 있지만 P가 언제든 다시 나타나 손을 내밀면 두나는 결국 무대 위로 돌아갈 천상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준과 두나의 관계가 깊어지기 시작하면서 불안감도 커져간다. 원준과 만나면서 점점 자신을 회복하고 이제는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두나도 원준도 마음이 복잡해진다. 두나는 자신이 훨훨 날 수 있는 무대로 돌아가고 싶지만 원준이 눈에 밟히고, 원준은 두나를 자신의 옆에 함께 하고 싶지만 날개를 접은 채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 영국에 세계적인 스타인 애나(줄리아 로버츠)와 런던의 노팅힐에서 여행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 윌리엄(휴 그랜트)의 사랑을 담은 '노팅힐'이라는 작품처럼, '이두나!'는 유명 아이돌과 평범한 대학생의 풋풋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사랑이야기로 마음을 끄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이두나!'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아이돌에서 배우까지…수지의 매력

역시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녀 주인공이다. '이두나!'는 제목에 이름을 적시해놓은 것처럼 두나라는 은퇴 아이돌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인물이 어떻게 매력적으로 그려지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지가 이 역할에 캐스팅된 건 거의 운명적이다. 미스에이라는 걸 그룹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솔로가수 활동과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넓혀가고 있는 수지다.

특히 배우로서 수지의 성장은 눈에 띤다. 영화 '건축학 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라고까지 불리며 그 풋풋한 이미지를 알렸지만, 그게 일종의 족쇄가 돼 다른 역할로의 변신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지는 '도리화가'의 채선이라는 소리꾼 역할로 예인으로서의 삶을 연기하기도 했고 '스타트업' 같은 작품으로 풋풋한 청춘의 발랄함을 연기하더니 '안나'의 묵직한 연기로 확고한 연기자로서의 자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두나!'는 수지에게는 어찌 보면 가수와 연기자를 오가는 그 다양한 매력들을 모두 끄집어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두나가 줄담배를 피우며 자신을 소모하는 듯한 모습 속에서는 수지의 깊어진 연기가 돋보이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의 면면을 드러낼 때는 수지의 아이돌 시절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대체불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원준이라는 다정하고 배려 깊은 청춘을 격정을 꾹꾹 눌러내는 차분함으로 표현해낸 양세종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원준이라는 캐릭터가 독보적이다. '누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 캐릭터는 다정함과 무해함이 인간으로 화한 듯한 인물이다. 늘 옆에 존재하지만 마치 친구처럼 편안하고 때론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 정도로 다정하다. 게다가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아이돌을 사랑하게 되면 결국 겪게 될 상처들을 알면서도 기꺼이 "내가 좋아해요"라고 먼저 말함으로써 두나를 배려하는 그 모습에서는 헌신을 넘어 용감함까지 느껴진다.

'노팅힐'처럼 톱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이두나!'가 그리는 사랑은 좀 더 현실감이 있다. 두나와 원준의 사랑을 드라마는 쉬운 판타지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그래서 이제 그만할까 생각하면서도 막상 만나면 너무나 보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그런 관계로 그린다. 서로 마음껏 만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아이돌은 나이 들어가며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미래가 불투명했던 대학생 역시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에 나와 자신의 일을 갖게 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사랑이 가능해진다. '이두나!'의 엔딩은 그래서 복합적이다. 완벽한 해피엔딩처럼 보이지 않지만 동시에 모든 가능성이 활짝 열려져 있는 엔딩으로 보다 편안해진 청춘들의 면면이 그 마지막 모습들에서는 느껴진다.

요즘 멜로드라마에서 해피엔딩이란 결혼 같은 클리셰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 대한 미숙함 속에서 때론 누군가를 만나 폭풍 같은 사랑을 겪게 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보다 편안해지고 성숙해진 서로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것 또한 멜로드라마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결국 두나도 원준도 후회 없이 서로를 사랑했고, 끝내 원하는 것을 하는 삶을 향해 나아갔다. 두 사람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는가 아닌가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 즈음에서 다시금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순간 그 에이히루어(Aeiherumuh)라고 쓰인 푯말 아래 붙은 문구를 떠올려 보게 된다.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원하는 것을 하라.' 결국 이 절절한 사랑을 하고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걸 하게 된 모습을 통해 '이두나!'는 청춘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껏 스산해진 가을 밤, 꺼내보고 싶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청춘 멜로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고픈 계절에 더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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