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사는 정모(36) 씨는 지난 주말 동안 방에서 모기를 십여마리나 잡았다. 정 씨는 "계속 잡아도 어디에 숨어있는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귓전에서 앵앵거린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라며 "11월이면 모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유독 심하다. 이러다 겨울까지 모기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8일)'에 접어들었지만 밤낮으로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모기 활동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인데, 올해는 겨울 모기도 심심찮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7일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동구에 설치된 모기 유인등(유문등)에서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모두 781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488마리)보다 60%가량 늘었다.
덕분에 모기 퇴치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역 이마트 5개점의 모기약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9.5% 증가했다.
올해 가을 유난히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데는 따뜻한 기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9월과 10월 평균기온은 23.9℃, 15.9도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도, 0.4도 높은 수치다.
모기의 최적 활동 온도는 25도가량이지만 13도만 넘어도 흡혈할 수 있다. 13도 아래에서는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먹이를 먹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 올해처럼 따뜻한 가을은 모기들이 활동하기에 충분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모기 개체 수를 늘린 측면도 있다. 대구기상청의 '대구경북 2023년 여름철 기후특성' 자료를 보면 올해 장마철 대구경북의 강수량은 930.7㎜로 평년 608.7㎜보다 322㎜가량 더 많았다. 이는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비로 인한 물웅덩이는 모기의 번식에, 높은 습도는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 역시 가을 모기의 기승이 포근해진 날씨 때문이라고 보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광식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곤충을 번성케 하는 두 요인이 기온과 강수량이다. 각종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가을 모기도 꾸준히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한겨울에도 지하실 등 따뜻한 실내에서 모기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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