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윤석열 대통령 회동…총선 앞두고 '보수 진영 결집' 나섰다

지난달 26일 박정희 대통령 추모식 후 12일만에 만남
尹 "박정희 대통령 경험 배워야"…朴 "건강 관리 잘하시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 이후 12일 만에 대구에서 다시 만났다. 최근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국민의힘 비윤(비윤석열)계의 '신당 띄우기' 등 보수 진영 균열이 가시화되면서 '보수 텃밭' 다지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대구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와 칠성시장을 찾은 직후 박 전 대통령의 달성군 사저를 방문했다. 지난해 4월 당선자 신분으로 방문한 뒤 첫 방문이다.

대통령실은 박 전 대통령이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며 직접 현관에서 윤 대통령을 맞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번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며 웃으며 답했다. 사저 현관에는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때 오솔길을 함께 걸어 내려오는 사진이 놓여 눈길을 끌었다.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은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대변인과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밀크티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정운영 자료를 보고 배워 이를 국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산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최근 해외 순방이 많은 윤 대통령에게 "건강 관리 잘 하시라"라며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번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했다. 환담 이후 두 사람은 이팝나무, 백일홍 등이 있는 정원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진행한 것을 거론하며 "두 전·현직 대통령은 보수 결집을 위해 '구원(舊怨)'을 털어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만남을 통해 서로 관계를 개선하고 신뢰를 쌓아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