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이 아니라 폭력" 외친 채식주의자 단체, 지휘부 공백에 활동 중단

X(옛 트위터) 캡쳐
X(옛 트위터) 캡쳐

영업 중인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같은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채식주의자 단체가 활동을 중단했다. 일부 조직원이 유죄를 선고받으며 지휘부 공백을 메우지 못한 탓이다.

10일 채식주의자들이 모인 단체 '직접행동 DxE 코리아'는 지난 9월 소셜미디어(SNS)에 '직접행동 DxE 코리아의 잠정적 활동 중단을 알린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단체는 "지난 2023년 상반기, 조직 핵심 지휘부의 공백으로 임시 지휘부가 되었던 다섯 명의 활동가들은 조직 내의 구조적인 문제와 여러 한계를 발견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계속해서 소진된 상태를 호소한 결과 현재 임시 지휘부는 단 두 명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어떤 사건에 대한 조사나 판단을 이어나갈 여력이 없고, 실무를 담당할 활동가 역시 부족하여 현실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언젠가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적었다.

해당 단체는 음식점에 들어가 '방해 시위'를 벌이며 이름을 알렸다. 2019년 이 단체의 조직원 네 명은 각각 돼지 무한리필, 생선초밥, 닭볶음탕, 냉동돼지를 판매하는 식당에 찾아가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당시 조직원들은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을 향해 "지금 여러분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이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음식점에서 반발하며 이들을 밖으로 쫓아내려고 하자 시위에 참여한 조직원이 "만지지 마라, 접촉하지 마라"고 말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약식1단독은 2021년 4월 조직원 2명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12월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 쇼핑몰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가 동물해방 관련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쳐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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