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작별 고한 대구 진골목 '정소아과의원'…폐업 알려

정진오 원장 청도군보건소 계약직 근무…겸직 안돼 문 닫기로
대구 최초 서양식 민간주택은 보존…"보건소 계약 끝나면 돌아올수도"

정소아과의원. 황희진 기자
정소아과의원. 황희진 기자

1947년 대구 최초의 서양식 민간 주택에 개원한 '정소아과의원'이 재개원한 지 5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았다.

20일 찾은 정소아과의원 대문 앞에는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정소아과의원은 2023년 9월 7일 부로 폐업한다"며 "진료기록부와 진료비 정산 관련 문의는 연락달라"고 적혀 있었다.

정소아과의원을 운영하던 정진오 원장은 "지난 9월부터 청도군보건소에서 계약직 소아과 전문의로 일하게 됐다"며 "보건소에서 일하면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법에 저촉돼 폐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구 진골목에 자리잡은 정소아과의원은 지난 1947년 고 정필수 원장이 지역 최초의 서양식 민간주택인 '서병직 주택'을 매입해 문을 열었다.

60년 간 한결같이 어린이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해왔던 정소아과의원은 지난 2009년 문을 닫았고, 고 정필수 원장도 지난 2017년 작고했다.

이듬해 맏아들인 정진오 원장은 근무하던 병원에서 퇴직한 후 대를 이어 정소아과의원 문을 다시 열었다.

정 원장은 "2018년 재개원했지만 주변 약국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진료를 할 여건이 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예방접종 정도만 했다"면서 "5년 간 어떻게든 운영을 했지만 이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서 잠시 문을 닫는다"고 했다.

병원 문은 닫았지만 대구의 근대 역사를 담고 있는 건물은 그대로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정 원장이 주 2회 보건소 진료를 제외하면 이 곳에 들러 건물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원장은 "언제가 될진 아직 모르지만 보건소와 계약이 끝나면 다시 돌아와 정소아과의원을 열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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