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담동 스쿨존 만취운전' 가해자 2심서 7→ 5년 감형 "지인 탄원·투병 등 고려"

유족 "다음주 토요일이 아이 하늘나라 간 지 1년…판결로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해 12월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고등법원의 운전자에 대한 감형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해 12월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고등법원의 운전자에 대한 감형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40대가 2심에서 감형됐다. 판결이 선고된 후 유족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0.08%)을 훨씬 웃돌았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A씨의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나의 교통사고를 낸 경우 각 과실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1심이 유죄로 본 부분에 직권 파기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선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각각의 행위에 따른 죄로 보고 형을 정했다. 그런데 2심에선 하나의 운전행위에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위험운전치사가 함께 적용된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럴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한 형으로만 처벌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1심보다 형량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고, 결국 가족과 본인을 모두 망쳤다"며 "술을 마셨지만 조심히 운전하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평소처럼 술을 곁들여 식사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고 재범 위험성이 낮은 점, 피고인 가족들과 지인들이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이 유족에게 1심에서 3억5천만원, 2심에서 1억5천만원을 공탁했지만,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없고 공탁금 회수도 불가능한 경우 공탁을 양형요소에 고려할 것인지는 범행 동기와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공탁 사실을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해도 공탁을 유리하게 고려해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다"며 "피해자가 공탁금을 명시적으로 거절하면 공탁을 양형에 고려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고를 지켜본 B군의 아버지는 취재진과 만나 "아이의 희생이 사회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매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의 판결은 오히려 후퇴시키는 것 같다"며 "오늘 판결로 인해 더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탁금을 원치 않는다고 했음에도 결론적으로는 일부 참작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또한 다음주 토요일이 아이가 하늘나라에 간 지 1년이 되는 날인데 여전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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