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장 단체행동은 없다지만…" 잠복한 전공의 반발에 불안 요소 여전

12일 임시대표자총회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의결
구체적 대정부 행동 방식·일정 정해진 것 없어
의료계 "최악 상황은 면해"…정부 "현재 기조 유지할 것"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의과대 입학 정원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던 전공의들이 즉각적인 단체 행동 대신 신중한 태도로 방향을 잡으면서 의료공백 우려도 잠시 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의사단체와 의대생들의 반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다. 정부는 일단 안도하면서도 비상 사태 발생 시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결론 난 대전협 총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표자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따른 전공의들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다음날 오전 1시에 끝났을 정도로 다양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 참석자들은 투쟁 방식을 두고 격렬한 토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가 전공의의 집단 행동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 참석한 대구 상급종합병원 한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어떻게든 현 정부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다"면서도 "각 수련병원이나 전공의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나 생각이 달라 하나로 결론을 내진 못했다"고 총회 분위기를 전했다.

대전협은 13일 임시대표자총회 결과에 따라 박단 대전협 회장을 제외한 임원진과 운영진들이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즉각적인 집단 행동을 미루면서 의료계와 정부 모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공의들이 파업 혹은 집단 사직 등의 방식으로 집단 행동에 들어가면 당장 의료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어서다.

대구시내 한 개원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자칫 정부에게 정책 관철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며 "당장 의료 공백으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겠다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아직 집단 행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12일 임시대표자총회 결과 보고. 대한전공의협의외 홈페이지 캡쳐
대한전공의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12일 임시대표자총회 결과 보고. 대한전공의협의외 홈페이지 캡쳐

◆집단 행동 논의는 '현재 진행형'

당장은 한숨을 돌렸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전공의들이 숨고르기를 거쳐 구체적인 집단 행동에 나서면 상당한 파급력을 보일 수 있어서다.

당장 전공의들은 집단 행동에 신중한 이유로는 '법적인 문제 없이 정부를 효과적으로 압박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또는 '정책 속에 숨은 정부의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점 등이 거론된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등이 투쟁 방안으로 거론되자 정부가 전국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 입장을 고수하면서 효과적인 투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 정책이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인지, 확고한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당장 행동에 들어가지 않는 건 일단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확실하게 표현해두고 정부의 움직임을 파악해보자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대생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3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동맹 휴학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규탄했다. 비대위는 "의대 증원 정책은 지역과 필수의료 확충 목적이 아니라 의사 말살 정책이자 의료시스템 파괴과 주된 종착지라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기간에 걸쳐 이룩한 의료시스템을 정부가 한순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대정부 투쟁에 동참을 촉구했다.

대구시의사회도 1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과 위원 구성·선임,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한 15일부터 열리는 각 구·군의사회 정기총회를 의대 증원 반대 시위와 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향후 의협 비대위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단체 행동과 함께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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