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자료실, 종합 자료실, 학습실… 대부분 도서관에 가면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초등 저학년과 영유아 가족들은 어린이 자료실을, 어른이 되면 일반자료실이나 학습실을 이용한다.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자의든, 타의(부모님의 의지)든 도서관을 찾아 어린이 자료실 한편에 자리를 잡고, 그림책, 학습만화 등 여러 책을 섭렵해 나간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아이들은 더 이상 도서관을 찾지 않는다.
이는 대구 지역 내 학교급별 학교도서관 이용 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2022년 3월~2023년 2월) 지역 초등학생의 1인당 대출책수는 40.6권인 반면, 중학생은 8.7권, 고등학생은 4.9권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도서관을 방문한 초등학생은 12만406명이었는데, 중학생은 6만895명, 고등학생은 5만9천814명으로 초등학생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고등학생이야 대학 입시에 본격 돌입할 시기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면서 발길이 뚝 끊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으로는 초등학교에 비해 중학교부터 학습량이 늘어서, 어린이보다 조금 더 자란 그들만을 위한 콘텐츠가 없어서… 등 여러 이유가 손꼽힌다.
도서관 '중학생' 실종 속 탈바꿈을 시도한 대구 최초 청소년(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전용공간인 '그린대로'를 소개한다.


◆'애매한 10대' 전용 공간, '그린대로'
길거리에선 사춘기에 접어드는 청소년들이 방황하며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도서관에서 보기는 힘들다.
친구를 만나거나 개인 공간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이 필요했다.
또한 책을 멀리해 문해력이 떨어지는 요즘 학생들에게 명문대에 가기 위해 꼭 읽어야 하는 50권의 책보단, 자기의 관심사에서 출발해 자연스럽게 관련 책을 찾아보고 읽을 수 있도록, 독서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도 시급했다.
이러한 필요성에서 탄생한 그린대로는 특히 어린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고등학생처럼 성숙하지는 않은 초5에서 중3에 이르는 '애매한 10대'를 타깃으로 삼아, 지난해 10월 5일 대구 동구에 있는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3층에 조성됐다.
이들의 '니즈'를 심도 있게 파악하고자 오픈 1년 전부터 초5~중3 학생 약 360명과 사전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기획에 착수했다.
그 결과 ▷글을 쓰거나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 수 있는 '생각하는 대로' ▷200여 가지의 다양한 재료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만드는 대로' ▷LP·CD로 음악을 감상하고 작곡과 연주까지 해볼 수 있는 '듣는 대로' ▷거울을 보며 춤을 추거나 구름사다리에 매달리는 등 몸을 움직이고, 또래와 함께 콘솔 게임도 할 수 있는 '움직이는 대로' ▷보고 싶은 영화를 편하게 감상하고 영화의 원작 등 연관된 책도 찾아볼 수 있는 '보는 대로' ▷편안한 자세로 머무르며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하고싶은 대로' 등 총 6개의 공간이 탄생했다.
각 공간은 학생들이 책 이외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휴식하고, 또래와 소통하고, 함께 탐험하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고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초5~중3 학생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한 덕분인지, 그린대로는 지난해 10월 5일 오픈 이후 올해 1월까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천278명의 방문자를 기록했다.

◆그린대로, 올해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그린대로에 오고 싶은 초5~중3 청소년은 따로 예약할 필요 없이 '대구 통합도서관 책이음 회원증'을 지참해 출입관리시스템에서 체크인 후 이용하면 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이용시간은 평일(화~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토,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개별 자유 이용뿐 아니라 그린대로엔 학교교육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단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지역 63개 학교 및 기관에서 그린대로를 방문했고, 올해도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학교나 동아리 단위에서 사전 신청 후 2시간가량 그린대로 단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그린대로 공간 체험학습'은 1학기(3월~7월)와 2학기(9월~12월) 평일에 진행된다.
개별 학교와 연계해 교과융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학교 밖 교과융합 도서관 프로젝트' 프로그램은 연간 운영된다.
사전 신청한 학교를 대상으로 2학기에 이뤄지는 '학년 전환기' 프로그램에선 학년 전환기(초6, 중3) 학생을 대상으로 자기탐색, 진로 관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부터 그린대로 이용자로 구성된 학생 동아리 '그린즈 클럽' 1기가 운영되고 있다. 그린즈 클럽 회원들은 힘을 합쳐 그린대로의 공간을 기획하고, 그린대로를 홍보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그린대로를 방문한 지역 한 청소년은 "단순히 책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가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공간이 각각 나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올해도 학원 가기 전에 짬이 나면 종종 들를 예정"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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