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119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 안에서 무사히 아이를 출산한 사연이 알려졌다.
29일 대구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11시 49분쯤 북구 노원동에 거주하는 35주차 산모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다음 달 제왕절개 일정까지 잡아둔 산모 정모(38) 씨에게 임신 갑자기 출산 신호가 임박한 것이다. 정 씨는 첫째 아이를 낳을 때 양수가 터지고 10시간 이상 걸렸던 사실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출산 가방을 챙긴 후 잠든 남편을 깨워 구급차를 불렀다.
하지만 산모의 예상보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신고를 접수한 북부소방서 119구급대는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급차를 탄 직후부터 정 씨의 출산 진통이 시작됐다. 심지어 주기는 1분에 1번으로 짧아졌고, 정 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구급대가 병원으로 출발한 지 20분쯤 지났을 무렵, 정 씨는 아이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소방교는 정 씨의 동의를 얻어 분만 유도를 시작했고, 119종합상황실 지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를 받을 준비를 했다.
머리가 보인지 1분도 되지 않아 아이는 미끄러지듯 산모의 몸을 빠져나왔다. 그러더니 금세 울음을 터뜨리고 스스로 숨쉬기 시작했다. 피부색과 산소포화도, 맥박 모두 정상이었다. 이 소방교는 수건에 아이를 싸서 조심스레 산모의 품에 안겼다.
미숙아로 태어난 정 씨의 딸은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3일 간 머무른 뒤, 열흘 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현재 정 씨와 아이는 모두 산후조리원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회복 중인 정 씨는 "아이가 이렇게 빨리 태어날 줄 모르고 직접 응급실에 가려고 했는데,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텐데 구급대원 분들이 침착하게 대응을 잘 해주셔서 아이를 무사히 낳았다. 조리원 퇴소 후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소방교는 "실습이나 이론으로 배웠을 뿐 출산 관련 경험이 없었지만, 당시엔 구급대원으로서 산모를 안심시키고 아이를 병원에 안전하게 이송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아이가 건강해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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