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계 내분 심화…의정 대화협의체 구성 난항

의협 비대위·차기회장·전공의 대표 '불협화음'
의료공백 사태 봉합 멀어지나…박단 위원장 "합의한적 없어"
'단일대오' 두고 말이 달라…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무산
환자·관계자들, 막막함 호소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총선까지 이어진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갈등 양상이 보이고 있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과 현재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택우 위원장, 그리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와의 대화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어 지켜보는 의료계와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7차 회의 시작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7차 회의 시작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의협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 사태를 졸속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는 선동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가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며 비대위원장 직을 임현택 차기 회장에게 넘기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분석된다.

의협 비대위는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의 주장에 "비대위 구성은 의협 대의원회의 권한이며,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며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와 같이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또 임현택 차기 회장이 "비대위가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의 물밑 협상을 주도했고 이는 회원들의 뜻에 반대되는 일"이라고 주장, 의협 내부에서도 정부와의 대화를 두고 내부 의견이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일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의협의 관계도 정부와의 대화를 두고 껄끄러워졌다. 의협이 여러 의료계 단체를 모아 정부와의 창구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합동 기자회견을 추진했을 때 박 비대위원장은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 발언 이후 이번 주 내에 진행하려던 의료계의 합동 기자회견은 결국 취소됐다. 이 때문에 의료계가 단일 창구를 만들어 정부와 대화하려 했던 전략이 꼬이기 시작했다.

풀리지 않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과 더불어 의료계 내부에서까지 갈등이 일어나자 이를 지켜보는 의료계 관계자들과 환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일차적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데다 의사들도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을 잃기 때문이다.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공백이 발생한 직후 어느 병원 할 것 없이 한계를 매일 시험하는 수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정부와 의료계의 빠른 해결을 호소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의료계 또한 이 상황이 길어지면 의료계 전체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내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면서 물밑에서 계속 노력하고 있음을 국민들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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