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동훈 비대위 책임론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총선 패인을 분석하는 설문조사로 시끄럽다. '이·조 심판론' '운동권 청산론'이 선거에 도움이 됐느냐는 설문 항목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총선 패배 원인은 복합적이다. 특정인 문제를 떠나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한동훈 비대위'가 노출한 문제점은 짚어 보아야 한다.

총선 과정에서 이종섭 전 호주 대사, 김건희 여사 디올 백, 도태우 후보 5·18 발언, 대파값 등이 논란이 됐다. 이 문제가 패배 원인이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해당 문제 자체가 아니라 야당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도부의 몸부림, 즉 내부 총질(김경율 비대위원의 디올 백 비판), 도태우 공천 취소, 호주 대사 귀국과 사퇴, 수도권 후보들의 내부 비판 등이 문제였다고 본다.

한동훈 비대위는 '자기편'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감당해야 할 욕이나 싸움을 피해 버렸다. 그 결과 지지층이 '우리 편 맞나?'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고 투표할 의지가 약해졌다. 투표 결과를 보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320만 명,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140만 명이 4·10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내부 총질'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으로 지지층의 투표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한동훈 비대위의 최대 잘못이다.

만약 '디올 백은 반대 진영의 추악한 음모' '이종섭 도피가 아니라 공수처가 소환조차 않고 시간만 끌었다', 도태우 발언과 관련해서는 '호남의 5·18을 대한민국의 5·18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제기된 의구심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했더라면 지지층이 결집했을 것이다.

총선 후 행보도 문제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영남을 방문해 '지지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도권에서 못 이겨 죄송합니다'라고 했어야 했다. 선거 기간 각을 세웠던 대통령도 찾아가 만나야 했다. 그러기는커녕 '영남당 정서가 패인'이라거나 대통령과 차별화가 쇄신인 양 엉뚱한 소리를 한다. 국민의힘 양대 기둥(우파 지지층과 윤 대통령)을 백안시하며 표도 없는 곳을 파는 것이다. 총선 과정에서도, 총선 후에도 지지층과 단결은커녕 '신종 야당' 같은 행태를 이어가는 셈이다. 한심하고 도리도 모른다.

조두진 논설위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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